독서

중국 vs 아시아 그 전쟁의 서막

네다 2016. 9. 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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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s 아시아 그 전쟁의 서막

조너선 홀스래그Jonathan Holslag / 최성옥

시그마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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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중국은 당시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하는 방법을 놓고 얼마나 분열되었는지, 그리고 특히 관계 회복을 위한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미국이 국민당을 지지한 것도 미국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은 점차 정치 엘리트들에게 매력적인 적수가 되었다. 한 중국인 교수는 1949년 더크 보데의 아주 흥미로운 북경일기에서 이것을 아주 깔끔하게 설명했다. "한때 미국은 중국에 진정으로 진보적인 정부가 세워지기를 원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2-3년 동안 자유주의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었고, 아무리 반동주의 성향이 있다 해도 상관없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방벽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마침 중국 정부 자체에서 일고 있던 반응과 일치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민주적 권리를 말했지만, 이러한 권리에 점차 무심한 태도를 보였던 중국 정부를 지속적으로 도와주었다. 이것이 우리 중국인이 반미주의자가 되었던 이유다. 우리는 미국 사람들이 아니라 미국 정부에 적대적인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한 적대성의 세 번째 요인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더욱 촉진되었다.

마지막으로 비록 착각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 때문이었다. 중국이 이 개입을 소련과의 파트너십으로 영향력을 획득하고, 중국 주변국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저지하며, 마오쩌둥이 자신의 개인적인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한국전쟁의 발발로 냉전으로 인한 갈등은 아시아에서 공고히 굳어져 버렸고, 중국은 미국과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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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민족주의는 취약함, 경제적 불확실성, 국민의 기대 충족 실패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단지 문제들을 감출 뿐이다. 운이 좋으면 선거에서 승리할 정도로 오랫동안 감출 수 있다. 민족주의의 문제는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다른 국가들에 적대적인 의향을 표출하지는 않더라도, 민족주의 때문에 엘리트들이 타협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결국 적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아시아가 민족주의로 회귀하면 중국의 부상이 두 가지 이유로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우선 중국의 경제적 성공으로 치러야 하는 정치적 대가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극대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따라서 주변국이 불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문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은 주변국들에서 경제적 기회를 빼앗고 있지만, 중국을 혐오하는 성격을 띤 민족주의의 사회적 환경을 타파하기 위해 진실 어린 타협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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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차대한 시기에 아시아 전략이 전개될 두 가지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 고심 끝에 장애물을 타개하고 계속 주변국을 앞지른다면 긴장 관계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적 성공을 더 많이 공유하거나 영토 분쟁에서 양보하거나 군사 현대화를 늦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국이 심각하게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하며, 더군다나 그런 주변국들이 민족주의와 재균형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부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 정부가 고소득국가로 이루어진 소수 대열에 합류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느낄 때, 뒷마당에 더욱 투자하리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그러기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한가지 중요한 의문이 인도와 일본 같은 큰 국가들이 여력이 될 때까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지 여부다. 나는 그 나라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인도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고 종종 목표를 완수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인도는 계속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리더십하에 더욱 확고한 레드라인이 그려질 것이다. 일본은 분명 동중국해의 영토 현상 유지 상태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변화도 참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국가들은 싸울 수 있는 힘에 대해 전적인 확신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들은 점차 자국의 결의를 강화하고 민족주의를 장려하며 점차 대담해지면서 서서히 분쟁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른다.

둘째, 중국이 어려움에 빠진다면, 아시아를 위한 행동들이 정말로 사악하게 변모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중국 정부는 무역 기회를 빼앗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인접국을 아주 빈곤한 처지로 내몰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지도자들이 강화된 민족주의로 대응하고 해외에 위력을 보여주면 더 큰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둔화는 아시아에 더 큰 사회적 정치적 불안을 초래해 민족주의 역시 강화될 것이다.


중국의 독자적인 발전 혹은 발전의 지체 모두 주변국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중국은 발전양상에 있어서 주변국들과 화합을 꾀하는 유럽형의 국가도 아니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세계의 평화와 무역의 자유를 주창하는 미국도 아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민족주의가 발현할 수 있는 합당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주변지역의 민족주의를 적극 독려할 여건도 갖추고 있다. 애초에 민족주의 바탕을 기저에 깔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중국의 부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위협적인 자극이 되며, 동시에 자국 민족주의를 발현시키는 구실이 된다. 중국의 부상이 궁극적으로 민족주의의 발현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협력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주변지역과의 협력, 이웃국가들과의 유기적인 대화, 세계에서의 역할 자각이 필요하다. 중국의 발전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개발을 넘어 성숙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