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빵과 포도주Vino e Pane

네다 2017. 5. 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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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포도주Vino e Pane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 / 최승자

고래의노래


118

샤탑 노인 역시 그의 당나귀처럼 얻어맞으면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젊은 시절에 그는 미국에서 같은 고향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의 일꾼으로 일했는데 카를로 캄파넬라라는 그 동향 사람은 뉴욕 멀베리 가에서 겨울에는 석탄을 팔고 여름에는 얼음을 파는 사람이었다. 피에트라세카 마을에서는 카를로 캄파넬라로 불렸던 그 마을 사람은 뉴욕에서 미스터 찰스 리틀-벨('캄파넬라'의 영어 표기) 아이스 앤드 콜 회사 사장이 되었다. 그는 그의 일꾼을 짐 져 나르는 짐승 정도로 취급했다. 그 불쌍한 짐승이 불평을 할 때마다 미스터 리틀 벨은 고함쳤다.

"샤탑!"

샤탑이라는 말은 영어로 "입 답쳐"라는 뜻인 모양이었다. 샤탑노인이 미국에서 4~5년을 보낸 뒤 피에트라세카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가 아는 유일한 영어는 "샤탑"뿐이었고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의 마누라는 도대체 입도 뻥끗할 수 없었는데,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남편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넌지시 알리기 때문이었다.

"샤탑."


119

돈 파울로는 샤탑이랑는 사내를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갔다. 샤탑과 당나귀는 다리 옆 좁은 샛길로 냇물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그 샛길 초입엔 "이곳에다 부엌 찌꺼기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금함"이라고 쓰인 낡은 표지판이 있었다. 하지만 다름 아닌 바로 그곳이 쓰레기와 부엌에서 나온 찌꺼기와 다른 폐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돈 파울로는 싱긋 웃었다. 그는 비순응주의면 어떤 유의 것이든 다 좋아했다. 거기엔 비밀 팸플릿을 찍어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134

마탈레나는 콜라마르티니 집에 보관되어 있는 소성당 열쇠를 가지러 갔다가 성당에서 성수 한 잔을 갖고 왔다. 돈 파울로는 낙담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테레사는 부풀어오른 배를 신부에게 들이밀었다.

"여기에요." 그녀가 말했다. "머리가 분명 여기 있을 테니까. 눈은 이위에 있을 거에요."

신부는 테레사가 가리키는 곳에다 한쪽 눈에 한 번씩 두 번 십자를 그으면서, 기도하는 것처럼 입술을 움직거렸다.

"이젠 이 앤 괜찮을 거에요." 여인이 말했다. "불운은 비껴갔어요. 감사합니다."

여인은 사라졌다가 잠시 후 죽은 닭 한마리를 들고 나타났다.

"아니 여태껏 여기 있었단 말이오?" 신부는 화가 나서 외쳤다.

여인이 신부에게 닭을 내보였다.

"난 받을 수 없소." 돈 파울로가 대답했다. "신부는 선사품을 받을 수 없는 법이오."

여인이 대들었다.

"그럼 소용없어요." 여인이 말했다. "이 닭을 받지 않으면 그 은총은 아무 효험도 없을 거고 아이는 소경으로 태어날 거라고요."

"은총이란 돈 드는 일이 아니오." 돈 파울로가 말했다.

"공짜 은총 같은 건 없어요." 여인이 말했다. 그 입씨름을 끝맺어 버리기 위해 여인은 희생제물인 닭을 테이블 위에 내던져 놓고 달아나 버렸다.

그게 토요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날은 마가쉬아가 일주일 분의 소금과 담배를 갖고 오기 위해 짐마차를 타고 포사로 내려가는 날이었다. 돈 파울로는 당장에 그를 불러오게 하여 눈치오에게 갈 편지를 주었다. "난 이제 신물이 났네." 그는 눈치오에게 썼다. "난 여기서 쉴 수가 없네. 열이 내리는 대로 곧 로마를 향해 떠날 참이네."


190

"하지만 형은 거기서도 겨우 연명할 만큼밖에 벌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그 포도밭은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갔지요. 3,4년에 한번씩 팔린 셈이었지요. 그 땅 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까요?"

"어떤 포도밭인데 그러우?" 마탈레나가 물었다. "악귀가 붙은 땅이우? 마녀가 들린 땅인가?"

"그저 보통 포도밭이지요." 탁발 수도사가 말했다. "다른 것과 똑같은 포도밭이지요."

"하지만 다른 것들보다 수확이 많이 나는 것 아니우? 당신네 식구들이 왜 꼭 그 포도밭을 원했겠수?"

"몇 세대 동안 우리 집안의 것이었으니까. 그 밖엔 아무리 봐도 다른 포도밭들과 다름 없는 것이었지요."

"여자의 경우에도 역시, 모든 여자들이 다른여자들과 꼭 같기는 마찬가지지. 하지만 거기에 악마가 들어가면..."


222

"때로 우리 머리로는 그 한 조각의 땅을 생각하는 것도 벅찰 때가 있어요. 그리고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 있나요? 그래도 우박은 떨어질 텐데."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시는군." 신부가 말했다. "난 당신들이 현재의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소."

"아무 생각도." 다니엘레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동감이었다. "아무 생각도."

"어째서 그런가요? 당신들은 언제나 불평투성이인데." 신부가 말했다.

"누구에게나 다 자기 문제가 있으니까요." 마가쉬아가 말했다.

"우린 다른 사람들 문제엔 신경 안 씁니다. 우리 주위의 것에만 관심이 있지요. 우린 우리가 가진 땅과 포도밭을 살펴봅니다. 집의 문이나 창문이 열려있을 때면 우린 그 너머로 그것들을 살펴보지요. 문간에 앉아 수프를 먹을 땐 자기가 먹는 그릇만 보고요."

"누구 몸에나 다 빈대가 있다고요." 샤탑이 말했다. "아마 정부 몸에도 빈대가 있을걸요. 그러면 정부도 우리와 꼭 마찬가지로 하겠지요. 가려워서 긁어대는 거 말이에요. 달리 뭘 할 수 있겠어요?"


435

"만약 우리가 주위에 창궐하고 있는 악을 뚜렷이 보고 있다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내세나 기다리는 것으로 위안하고 있을 수만은 없소. 대항해서 싸워야 할 악은, 마귀라고 불리는 그 서글픈 추상적 관념이 아니오. 악이란 수백만의 인간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그 모든 것이오. 우리들에게도 역시 직접적인 책임이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