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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정한용
1932년 12월 13일, 난징의 남동쪽 싱 루 카오 5번가
삼십여 명의 일본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문을 열어준 주인을 죽였다.
왜 죽이느냐 소리치는 안주인에게도 총을 쏘았다.
이집에 세 들어 살던 샤는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했다. 군인들은 샤를 죽였다.
그리고 샤의 부인을 강간한 다음 대검으로 찌른 뒤
성기에 향수병을 꽂아 넣었다.
곁에서 울던 아기도 덤으로 찔러 죽였다.
군인들은 옆방에서 자던 샤의 부모와 네 딸을 찾아냈다.
두 노인을 우선 총으로 쏘았다.
이어 열여섯 열넷, 두 딸을 강간한 후 잔혹하게 죽였다.
담요 밑에 숨어 있던 여덟 살 딸은 대검에 찔렸다.
막내딸은 담요 밑에서 겨우
죽음을 면하는 대신 뇌손상을 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 군인들은
깔끔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념으로
떨고 있던 안집 두 아이를 데려왔다.
큰 아이는 대검으로 찌르고, 작은 아이는 목을 잘랐다.
이 집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덟 살, 네 살 두 아이
엄마 시체 곁에서 쌀 부스러기를 먹으며 보름을 버텼다.
국제위원회에서 이 집을 찾았을 때
탁자 위에는 강간당한 채 죽어 있는 어린 소녀와
아직 덜 마른 피가 흥건했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거기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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