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살인의 추억

네다 2014. 3. 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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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정한용

 

1932년 12월 13일, 난징의 남동쪽 싱 루 카오 5번가

삼십여 명의 일본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문을 열어준 주인을 죽였다.

왜 죽이느냐 소리치는 안주인에게도 총을 쏘았다.

 

이집에 세 들어 살던 샤는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했다. 군인들은 샤를 죽였다.

그리고 샤의 부인을 강간한 다음 대검으로 찌른 뒤

성기에 향수병을 꽂아 넣었다.

곁에서 울던 아기도 덤으로 찔러 죽였다.

 

군인들은 옆방에서 자던 샤의 부모와 네 딸을 찾아냈다.

두 노인을 우선 총으로 쏘았다.

이어 열여섯 열넷, 두 딸을 강간한 후 잔혹하게 죽였다.

담요 밑에 숨어 있던 여덟 살 딸은 대검에 찔렸다.

막내딸은 담요 밑에서 겨우

죽음을 면하는 대신 뇌손상을 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 군인들은

깔끔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념으로

떨고 있던 안집 두 아이를 데려왔다.

큰 아이는 대검으로 찌르고, 작은 아이는 목을 잘랐다.

 

이 집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덟 살, 네 살 두 아이

엄마 시체 곁에서 쌀 부스러기를 먹으며 보름을 버텼다.

국제위원회에서 이 집을 찾았을 때

탁자 위에는 강간당한 채 죽어 있는 어린 소녀와

아직 덜 마른 피가 흥건했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거기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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