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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장강명 산문집)
장강명
아르테
34
이제는 한국의 출판업이 사실상 '셀럽 비즈니스'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셀러브리티가 쓴 책이 잘 팔린다. 아니, 셀러브리티가 쓴 책만 잘 팔린다. 아예 처음부터 셀러브리티를 섭외해서 책을 만든다. 실제로 원고를 쓰는 거야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따. 셀러브리티이기만 하다면 반려견도 만화 캐릭터도 책을 낼 수 있다. 나는 한편으로 그런 현실이 못마땅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알쓸신잡'에서 연락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나중에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팟캐스트에서 다룰 때 앞부분 몇 페이지를 읽다가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책 머리말은 다빈치가 미라노 통치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다빈치는 미라노의 권력자에게 자기가 다리를 설계할 수 있고 수레를 만들 수 있고 건물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편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저는 그림도 잘 그립니다'라고 덧붙인다.
아이작슨은 그 편지를 소개하며 다빈치는 단순히 화가가 아니라 과학자이고 공학자였다고, 그 자신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다고 적었다. 그런데 내가 한 생각은 이것이었다. 다빈치 같은 천재도 일자리 구하려고 비굴하게 자기소개서를 써야 핶수나.
김성현 기자의 '모차르트'를 읽으면서도 같은 기분이었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도 먹고살기 위해 구직 여행을 다니며 끊임없이 거절당했다. 때로는 거의 모욕적인 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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