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남한산성

네다 2008. 8. 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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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은 붓을 들어서 문장을 스는 일은 없었으나, 문한관들의 붓놀림을 엄히 다스렸다.

칸은 고사를 끌어 대거나, 전적을 인용하는 문장을 금했다.

칸은 문채를 꾸며서 부화한 문장과 뜻이 수줍어서 온비한 문장과 말을 멀리 돌려서 우원한 문장을 먹으로 뭉갰고,

말을 구부려서 잔망스러운 문장과 늘려서 게으른 문장을 꾸짖었다.

칸은 늘 말했다.

 

말을 접지 말라.

말을 구기지 말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칸의 뜻에 따라 글을 짓는 일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한산성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