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우남 이승만, 대한민국을 세우다

네다 2008. 8. 2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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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건국 60년' 대한민국 만든 우남 이승만의 90년 생애
우남 이승만, 대한민국을 세우다
이한우 지음|해냄|563쪽|2만8000원
 
"누가 뭐래도 조선과 대한제국의 멸망 그리고 식민지라는 공백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이 탄생하기까지 근대 혁명의 정통을 이은 사람은 이승만(李承晩·1875~1965)이다. … 전근대와 근대의 모든 사상은 이승만으로 흡수됐다가 다시 이승만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고 확산됐다."

이승만은 몰락한 왕조의 후예로 과거시험에 몰두하던 양반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개화의 거센 바람을 맞아 영어를 공부하고 '정치적 자유에 대한 사상'을 배웠다. 혁신 내각 설립에 가담해 7년 동안의 옥살이를 겪으며 '교육에 대한 신념'을 갖췄다. 근대화의 구상을 담은 《독립정신》을 집필한 뒤 미국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 학위를 얻으면서 '기독교 입국론'을 공고화해갔다.

'한성정부의 집정관 총재'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독립운동 활동을 벌이던 그의 《일본 내막기》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폭로해 펄 벅 같은 지식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광복과 좌·우 분열의 정국 속에서 그는 "덮어놓고 뭉치자"고 국민을 설득했으며,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의회와 국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한반도의 절반에서나마 근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도록 길을 연 그였으나, 넘지 말았어야 할 '3선 개헌'의 선을 넘어 민심의 폭발을 불러왔다.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야지!"라는 한 마디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한 그는 하와이에서의 짧은 체류를 끝으로 90년 동안의 '거대한 인생'을 마무리했다.


저자가 13년 전 조선일보에 1년 동안 '이승만'에 대한 기획기사를 집필할 때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이승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거대한 연못에 조약돌 하나 던지는 만큼의 효과도 없었다"고 한다. 분명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에 대해 쓴다는 확신을 가졌으나 사회 일부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 동안 세상은 변했다. 우리 현대사의 일방적 매도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고, 침묵하던 우파 인사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해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됐다. 이제 "이승만을 바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13년 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거의 새롭게 다시 쓴' 이승만 평전(評傳)의 '결정판'이다. 심화된 학계의 연구 성과를 충분히 반영했고, 당시 읽어내지 못했던 이승만 정신세계의 '동양적인 부분'과 '기독교적인 부분'까지 치밀하게 고찰했다.

아직도 이승만에 대한 의구심을 털지 못한 독자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1950년대의 '독재' 때문에 1948년 '건국'의 업적은 잊혀져도 좋은가? 이승만을 빼놓고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내세워 대한민국의 건국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