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Books | 연합뉴스 2008.09.24 21:31
"지금 세계의 '대세'는 아시아에 있다"
키쇼어 마흐부바니 교수 '헬로 아시아' 출간
김소희 옮김. 392쪽. 1만5천원.
세계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신용위기 속에서 잇따라 쓰러지면서 IB를 중심으로 한 서구식 경제 모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도전받고 있는 것은 경제 모델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인 키쇼어 마흐부바니는 ’헬로 아시아’(북콘서트 펴냄)에서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에 이의를 제기한다.
저자는 비(非)서구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를 이야기하며 이제 세계 역사에서 서구 지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1천800여년 동안 문명의 중심지였지만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 동안 세계 역사 속에서 무기력하게 있었던 아시아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나 서구의 지성인들은 이런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세계를 계속해서 지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서구의 시각에 따라 아시아의 도약에 따른 앞으로 50년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한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근대화의 행진’이다.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각종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물질적인 근대화부터 인생은 운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식의 확산 등 정신적인 근대화까지 서양의 근대화 개념을 수용한 아시아의 근대화가 이뤄지는 것.
두 번째 시나리오는 ’보호주의 요새로의 후퇴’다. 서구가 아시아의 성공에 계속 위협을 느끼며 정치.경제적 요새로 후퇴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이 시나리오는 두바이 회사의 미국 항만 관리권 매입 시도에 대한 미국의 반대여론 등에서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의 서구화’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에 드러나는 이 시각은 서구 문명이 승리를 거둬 ’역사의 종착지’에 도달하며 비서구지역에 사는 56억명이 발전하는 방법은 그저 서양의 문화적 복제품이 되는 것뿐인 시나리오다.
저자는 “첫 번째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이 큰 것은 인류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서구 세계에 대해 아시아 근대화를 탄식할 게 아니라 축하해야 하며 서구는 외롭게 국제적 사안들을 책임진다고 생각하는 대신 수십억 명의 새로운 참가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어 지구온난화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위협, 핵확산금지체제의 약화, 도하라운드의 부진 등 국제적인 사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서구 사회에 대해 “자신을 문제가 아닌 해결책의 근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세계 질서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원칙과 파트너십, 실용주의을 내세운다.
원칙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회정의 같은 오랫동안 효용성이 입증된 서구의 원칙들을 의미한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ㆍ경제적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원칙을 서구가 마음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글로벌 안정성이라는 목표를 이루도록 나머지 88%의 비서구인들과 함께 적용해 나갈 때 동양과 서양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또 다른 조건은 실용주의다. 예를 들어 이념상으로 미국은 이란과 협력해서는 안 되지만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할 때 이란은 이라크의 안정화를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임을 인식할 때 이라크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근대적인 세계에서 성공과 번영을 누리려는 사회들은 서구 혹은 서구의 가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서구와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며 “서구에 사는 9억명에게 나머지 56억명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일보Books] 종속국가 일본 (0) | 2008.10.03 |
---|---|
[조선일보Books] 잿더미의 유산 (0) | 2008.10.03 |
[조선일보Books] 성공한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기질: 조증 (0) | 2008.10.03 |
[조선일보Books] 유럽적 보편주의: 권력의 레토릭 (0) | 2008.08.25 |
[조선일보Books] 그레이트 게임 (0) | 2008.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