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흐르는 거리

네다 2014. 3. 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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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거리

윤동주

 

으스럼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 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 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朴이여! 그리고 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 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뜨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며 금휘장에 금단추를 끼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194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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