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달이 내린 산기슭

네다 2014. 5. 1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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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달이 내린 산기슭

작가 손장원

 

작가가 실제로 지질학 박사 논문을 썼단다. 지층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ㅋ진짜 심도 깊은 연구다)와 연구를 하면서 겪은 본인의 생생한 경험, 그리고 거기서 느낀 감정을 단아하게 버무려낸 지질학 블록버스터다ㅋ 지층판 '오 나의 여신님' 이랄까. 산신령, 지층의 정령, 바위의 정령 등 진짜 생각지도 못했던 대상을 의인화ㅋ 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간다. 이건 진짜 본인의 경험과 무엇보다도 절실한 감정이 없다면 나오지 못할 대작이다. 논문 쓰면서 얼마나 미친놈 처럼 대화하고 싶었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까. 달이 내린 산기슭을 보고 있으면 나도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감한 마음이 든다.

 

후기에 있는 작가의 변

 

 

 

만화 자체는 잔잔하다. 갈등구조도 없다. 기승승기승승기승승기승승결 이다. 독자들에게 불친절하다. 오원경 박사가 흥월리층을 없앤 주범이라는 사실이 결국 발각되었을때, 흥월리층이 원경에게 그것을 따질 수도 있었다. 아니 적어도 거기에 대해 둘이 대화해볼만한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경도 모를만큼 그 사건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흥월리층만이 원경을 따뜻하게 감싸안았을뿐이다. 피해자(어떤 측면에서)가 가해자도 모르는 순간에 가해자를 용서해주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무언가로 머리를 텅 맞은 느낌이다. 불친절해도 이렇게 불친절할 수가 없다. 대화를 통한 화해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예수님부처님 같은 용서라니. 나는 또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쉬운 이유는 아마 흥월리층이 모습은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실은 몇백년, 몇천년 먹은 어르신이기 때문이라는 전제 덕분일 것이다. 만화 전체를 통틀어서도 흥월리층은 애어른이다. 물론 흥월리층이 떠나고 난 후 원경이 무지막지하게 울때 나도 같이 따라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런 불친절하고도 아름다운 만화가 있나.

 

애어른 흥월리층

 

등산 가고 싶다. 우선 백운산 먼저ㅋㅋㅋ 남산, 함백산, 태백산 다 가보고 싶다. 혹시라도 산신령님을 뵐수 있다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은 어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기 얼굴에 할머니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엄청 매력적일 것 같다.

독자들이 단 댓글이 더 웃긴다. '본격 돌성애자 양성 프로젝트' '일본도 하지못한 지층 모에화를 우리가 성공시습니다!!' ㅋㅋㅋ 미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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