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불쑥 너의 기억이

네다 2014. 6. 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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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너의 기억이

이정하


지하철 2호선을 타면 네가 있는 곳을 지나친다.

너와 함께 보던 영화관도 지나치고

네가 즐겨가던 커피숍도 지나치고

네가 기웃거리던 옷집도 지나치고

값은 싸면서도 푸짐했던 갈비집도 지나친다.

너를 잊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이렇게 너에 대한 기억은 복병처럼 불쑥 튀어나와

내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너를 떠올리게 해 한참을 서성거리게 한다.

그렇다고 내가 지하철을 타지 않을 순 없지 않느냐.


너에 대한 기억의 별미는 세상 도처에 깔려 있는데

그걸 다 피해 다닐 순 없지 않느냐.


불쑥 너의 기억이 떠오르면 나는 세상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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