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네다 2014. 6. 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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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은봉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아침이 왔고, 점심이 왔고, 저녁이 왔다.


사람들은 서류를 만들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농담을 해댔다.

농담으로 하여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 하루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하지 못했다.

당신에게 편지 한 줄, 비밀 한 줄 쓰지 못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들

온종일 두렵고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 편히 당신을 그리워 할 수 도 없었고, 떠올릴 수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당신은 멀고 아득한 곳에 있었다.

오늘도 먹고, 입고, 자는 일이 나와 세상을 끌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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