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네다 2014. 6. 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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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파블로 네루다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제일 슬픈 구절들을.


예컨데 이렇게 쓴다 - "밤은 별들 총총하고 별들은 푸르고 멀리서 떨고 있다"


밤바람은 공중에서 선회하며 노래한다.


오늘 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이런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나는 연거푸 그녀와 키스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때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다.

누가 그녀의 그 크고 조용한 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 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이제 그녀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를 잃었다는 느낌에 잠겨


광막한 밤을 듣거니, 그녀 없어 더욱 광막하구나


그리고 시가 영혼에 떨어진다 목장에 내리는 이슬처럼


내 사랑이 그녀를 붙잡아 놓지 못한 게 뭐 어떠랴

밤은 별들 총총하고 그녀는 내 옆에 없다.


그게 전부다. 멀리서 누군가가 노래하고 있다, 멀리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은 게 못마땅하다.


내 눈길은 그녀를 가까이 끌어 오려는 듯이 그녀를 찾는다.

내 가슴은 그녀를 찾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같은 밤이 같은 나무를 희게 물들인다.

그때의 우리, 이제는 같지 않지만.


나는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던가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서 닿을 바람을 찾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것. 그녀는 다른 사람 게 되겠지, 내가 키스하기 전의 그녀처럼


그녀의 목소리, 그 빛나는 몸, 그 무한한 두 눈.


나는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다지도 짧고, 망각은 그렇게도 길다.


이윽고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으므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은 게 못마땅하다.


비록 이게 그녀가 나에게 주는 마지막 고통일지라도

그리고 이게 그녀를 위해 쓰는 내 마지막 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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