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메이 페일Love May Fail
매튜 퀵 / 박산호
박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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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때 내 룸메이트는 승객이었어. 그 애 평점은 2.5정도 됐지만 상관없었지. 걔 아빠가 변호사라 학비를 댈 수 있었거든. 아, 내가 그 케이시 레이먼드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몰라! 명품 옷에 비싼 화장품에. 알폰조 당신은 그런 타입을 승객으로 수도 없이 태워봤을 거야. 걔가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자그마치 한시간하고 반이나 걸렸어. 매일 해가 뜰 때마다 우리 기숙사 방이 미용실로 변했지. 케이시는 차까지 있었어. 열여덟에 말이야! 새로 뽑은 볼보로! 그런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알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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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는 타고난 승객이었던 거야. 아니면 '고객님' 이거나. 당신이 휴대전화에 대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말야. 고객님이 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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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람들이 나에게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고 물어볼 때면 항상 필립 라킨의 '이게 바로 시다'가 떠오른다. 엄마가 내 신세를 망쳐놨는데 내가 그걸 또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다. ... 나는 다니엘처럼 되고 싶지도 않았다. 다니엘은 아이 하나만을 위해 혹은 아이 하나만 보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수많은 여자가 자신이 더 이상 세상에 기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대처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가지는 걸 봐왔다. 그들이 대학 때 가졌던 꿈과 희망이 세상 풍파에 박살난 후 그들은 모성이라는 전통적 역할에 의지한다. 적어도 그곳에서는 그저 자신의 몸에 남자의 씨를 받아들여 커갈 수 있게 놔두는 것만으로도 칭송을 받으니까. ... 번식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 어떤 여자는 세계 최악의 여자가 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으며, 사람들은 대개 성인이나 신들에게나 갖는 그런 존경심을 가지고 그녀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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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포샤 케인의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이 침묵, 이 수동성, 이렇게 하려던 일을 중단할 수 있는 데서 일종의 정신적 시합으로 그녀를 이기려고 해봤다. 그리고 이 시합에서 그녀가 지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같이 앉아 있는 사이에 어느 샌가 그녀에게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마치 알베르 카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구속에서는 내가 혼자 있을 준비가 되기도 전에 그녀가 떠날까봐, 마치 다리가 네 개였던 내 친구처럼 그럴까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이런 상태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가 내 주위에 하나도 없게 될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물론 우리는 소파에서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베르 카뮈가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평범해지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쏟는다는 걸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라고. 그 후 며칠 동안 포샤 케인과 내가 바로 그걸 했다. 우리는 같이 산책하고, 같이 식사하고, 설거지를 하고, 해가 지는 광경을 보고, 뭐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이야기하길 회피했다. 우리는 예의와 격식에 의지해 그 시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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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에 바지 입고 있어?
나는 다시 농담을 던져봤다.
바지는 포기했어. 지금 나는 곰돌이 푸 시기를 겪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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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공손함은 항상 승리할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 '제일버드'
돌았었데요 (X) → 돌았었대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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