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 정장진
열린책들
60
다음 날 커피를 마시려고 메르타의 방에 갔을 때 친구들을 맞은 것은 텔레비전이었다. 다들 커피 잔을 들고 긴 의자에 앉았고 천재가 DVD를 돌렸다.
천재가 창문 커튼을 닫으면서 이제부터 볼 것을 말했다.
이건 우리가 꼭 봐야할 내용이에요. 교도소 생활에 대한 탐사 보돕니다.
무서울 것 같은데
안나그레타는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노인들은 북극 오디로 담근 술을 몇 방울 떨어뜨린 커피를 홀짝이면서 이제 막 시작된 다큐멘터리를 얼마 보지도 않았건만 모두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방 전체가 달아올고 있었다.
저런 범죄자들이 우리들보다 더 잘 지내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스티나였다. 손톱 다듬는 줄까지 떨어뜨린 것을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다음은 안나그레타 차례였다.
게다가 저들 먹여 살리는 돈이 모두 우리가 낸 세금이잖아!
좋아. 그렇다고 치자고. 하지만 세금의 일부는 노인요양시설에도 쓰이지.
천재의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별문제가 아닌데, 시의회 사람들은 노인 거주 시설보다는 스포츠 센터 짓는 걸 더 좋아해.
안나 그레타의 말이다.
정치하는 놈들을 모두 교도소에 처넣어야 해.
204
글쎄. 뭐랄까. 옷도 예쁘게 입고 명랑하고 개방적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메르타는 힐끗 안나그레타의 옷매무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흡사 변장을 할 때의 복장 같았다. 그 옷매무새에서 유일하게 칭찬할 점은 지극히 소박하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옷을 잘 입는다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하지? 난 이해를 못하겠어! 자기는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해?
안나그레타는 메르타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전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내 이야기가 아니고. 내 말은 일반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메르타는 안나그레타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고 대답했다. 안나그레타는 확실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하는것을 보니 스티나와 갈퀴는 서로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메르타 자신도 천재와 그녀의 일생에 있어 가장 화창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메르타가 안나그레타에게 물었고 답까지 들려주었다.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게 뭔지 알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아무리 늦었어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거야.
그런 말 어디서 많이 듣던 것들인데, 계속해 봐.
안나그레타가 기분이 좀 상했는지 입을 실룩거렸다.
메르타는 입을 다물었다. 안나그레타를 위로해 주려고 했을 뿐이다. 그녀에게 대놓고,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옷을 너무 못 입는다, 웃을 때는 말 웃음소리를 낸다고,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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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여러 나라의 말로 번역되면서 제목들이 다 다르게 번역되었다는 것이다. 영국판에선느 첫 권에 <모든 법을 깔아뭉개는 한 작은 노부인The Little Old Lady Who Broke All the Rules>이라는 제목이 달렸고, 두 번째 권에서는 <작은 노부인 뒤통수를 치다The Little Old Lady Strikes Again>라는 제목이 붙었다. 출간되자마자 몇 주만에 6만 부 이상이 팔린 독일판에는 속편을 염두에 두었는지,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야Wir fangen gerade erst an>정도로 옮길 수 있는 제목이 붙어 있다. 프랑스판이 가장 재미난 제목을 갖고 있는데, <틀니를 낀 채 은행을 터는 법Comment braquer une banque sans perdre son dentier>이 그것이다. 스페인판에서는, 스페인이 요즘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어서인지, <돈 내놔, 안 내놓으면 죽이겠다La bolsa o la vida>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그 외 이탈리아판에서는 가장 평범한 <놀라운 80세 노인La banda degli insoliti ottantenni>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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