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라틴어 수업,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네다 2017. 12. 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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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은 다비드왕의 일화로 알려져 있다. 왕이 세공인을 불러 황금반지를 주물하게 하면서 '한없이 기쁠때 보면 흥분을 억누를 수 있고 한없이 슬플때 보면 침착을 되찾게' 되는 말을 새겨 넣으라 지시한다. 깊은 고민을 하며 온 세상을 뒤져 그런 문구를 찾던 세공인이 결국 반지에 새겨 넣은 문구를 보고 왕은 무릎을 탁 친다. 그것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라는 문구를 설명하면서, 마태오복음을 인용한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받았던 스트레스로 인해 내일, 모레까지 업무나 생활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만큼 비효율적인 삶도 없을것이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모을 수 없으니 한탄하거나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보내고, 다가올 일을 새롭게 잘 계획하고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업무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다 적용 가능한 말일 것이다. 잘 풀리지 않던 업무를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 것도, 개선되지 않던 누군가와의 사이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미봉책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오늘의 지혜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은 사람들에게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를 길러주고, 과도하게 기뻐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너무 깊은 우울에 빠지지 않게 하는 응원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Weltgeschichte to go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Alexander von Schoenburg / 이상희

추수밭


1963년 8월 미국 남부 앨라배마의 목사 마틴 루터 킹은 워싱턴D.C.에서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가장 명확한 문구를 선포했다. 헌법과 기본권에도 불구하고 인종분리와 차별이 공식적이고도 명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흑인 노동자를 가축 취급하는 상황에서 그는 매우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청자들에게 혁명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제 갓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한 문장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단순한 몇마디의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거대하고 광활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나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듣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말 것을, 소외시키지 말 것을,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다.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연설은 흑인들이 자신들이 받고 있는 불평등과 차별, 억압에 대해 분노로 맞설 것이 아니라, 미국 전 국민이 다 같이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고 호소력이 강화된다. 인간이라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 자신의 현실에 대하여 모든 이웃과 친구들, 혹은 적들에게까지 설득을 하며 당위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위대한 연설은 가장 쉬운 언어로 쓰여지며,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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