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Meditations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kus Aurelius / 키와 블란츠Guihwa Hwang Blanz
다상
11
철학자 디오그네투스Diognetus로부터 자질구레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마귀를 쫓고 기적을 행한다는 꾐에 현혹되지 말 것, 구경 삼아 싸움을 붙이기 위한 목적으로 메추리 같은 날짐승을 기르지 말 것,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 바키우스를 비롯하여 탄다시스, 마르키누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남긴 말을 늘 가까이 하며 익힐 것,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젊은 시절부터 대화록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질 것, 누추한 잠자리에 만족하는 그리스인의 수행법 등을 실천할 것 등을 배웠다.
루스티쿠스로부터 훌륭한 인품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배웠다. 또한 그에게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꾸민 거짓 이론에 속지 말 것,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글을 쓰지 말 것, 남에게 도움이 안 되는 훈계를 삼갈 것, 학식이 높다거나 수양을 닦은 사람인 양 과시하기 위한 선행을 베풀지 말 것 등을 배웠다. 또한 감언이설이나 미사여구를 멀리할 것, 평상복과 외출복을 가려서 입을 것, 누군가에게 보낼 서한을 작성할 때는 루스티쿠스가 시누에사Sinuessa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처럼 간결하게 작성할 것, 나를 모욕했거나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이라도 화해할 뜻을 비칠 때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 책을 대충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 것, 수다꾼들의 의견에 섣불리 동조하지 말 것 등을 배웠다.
16
그는 분노를 억지웃음으로 감추려 들지 않았고, 의혹이나 걱정에 휘둘리는 법도 없었다. 박애정신이 몸에 배어 있어 언제든 남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그 어떤 그릇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절대로 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그 누구도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행동했으며 자신이 남보다 더 잘난 사람이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외에 그는 남을 유쾌하게 하는 유머 감각이 있었다.
76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힘겨울 때는 이렇게 생각해 보라. "나는 지금 한 인간으로서 해야할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이 일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인데, 여기에 무슨 불평이 있을 수 있는가? 내가 단지 포근한 이불 아래 뒹굴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이불 속이 포근하고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세상 밖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지, 안락함을 누리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식물이며 새, 거미, 꿀벌을 보라! 이들조차 세상의 질서를 지키려고 애쓰는데,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주어진 임무를 귀찮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우리 인간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 먹고 마시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먹고 마시고 쉬는 일에 탐닉하여 정작 해야할 임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 자신의 타고난 자질과 하늘의 뜻을 사랑한다면, 자신이 해야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조각가며 무용가, 돈을 모으는데 혈안이 된 구두쇠, 혹은 헛된 영예를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내가 가진 재능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가? 일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광적으로 애착을 가진 나머지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완전히 몰입해 있다. 그런데 무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나의 직업이 하찮다는 생각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건 잘못된 게 아닌가?
인간은 자연의 순리에 부합하는 언행을 할 때가 가장 인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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