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Arcadia
로런 그로프Lauren Groff / 박찬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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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해. 헬레가 말한다. 제대로인 게 아무것도 없어. 우리 어렸을 때 기억나. 비트? 상황이 아무리 나빴어도 우린 늘 똘똘 뭉친 팀이었잖아? 나는 계속 그 천이. 펠트가 기억나. 스웨터나 뜨개질 조각에 비누칠을 해서 계속 비비다 보면 실이 줄줄이 뒤섞이면서 도저히 풀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잖아.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각자 자기 멋대로 뜨개질을 하는 수백만 명의 미친 사람들 같아. 이 남자는 벨트를 만들고, 이 여자는 자기가 냄비 장갑이나 뭐 그런 걸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크고 흉하고 거지 같은 담요를 갖게 되었는데, 그걸로는 우리를 다 덮을 수도 따뜻하게 할 수도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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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목 가운데 일부는 취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카디아 외부에서 마련해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헌신한 공동체에서 자신들을 보석시켜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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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녀는 아직도 무릎이 약간 후들거리는 채로 보호를 요청할 전화도 없이, 오싹하고 차가운 어둠 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언제든 누구에게나 연결될 수 있기 이전에는 얼마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꼈을지를 이해했다.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지도 이해했다. 그 시절엔 과거가 더 주관적이었을 거라고 그녀는 상상한다. 어떤 것들이 즉각적으로 온라인에 올라와 모든 사람들이 보게 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는 더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주도면밀하게 계획되어야 했을 테니까. 그것은 현재가 더 치열한 경험이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인생을 그렇게 느꼈던 것은 어린 시절이었고,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거의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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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브라운스톤에 불이 꺼지면 찾아왔다가 아침이면 사라진다. 그들의 유일한 흔적은 호스로 목욕한 자리의 젖은 콘크리트뿐이다. 그는 그들을 위해 아이스박스에 음식을 넣어둔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늘 그렇듯 그의 친절은 문제의 엄청난 규모 앞에 곰짝 못한다. 의도적으로 무지한 이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전히 부인한다. 비트는 월급을 거의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그 미래에는 부유한 이들만 살아남으리라는 것을 비트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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