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네다 2018. 11. 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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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슬램덩크나 바람의 검심 코믹스 팬은 애니메이션을 안보고, 2018 월드컵 독일전은 영화로 만들어도 100만을 넘기긴 힘들 것이다. 2차 가공작들은 태생적인 리스크가 있다. 재방송이 아닌 새로운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스토리라면 미디어가 바뀐다고 해서 전혀 색다른 감동을 주기는 힘들다. 퀸 역시 노래를 듣고 유뷰브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지 영화로 다시 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구성과 인물들간의 좋은 역학관계, 극적인 설정과 드라마틱한 씬들로 대중성 있는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입김 덕분인가보다. 


가수 팬이라면 대체로 세 갈래로 제갈길을 가는 것 같다. 가수 자체를 빠는 그룹(HOT, 젝키 대립구도), 가수의 노래를 파고드는 그룹(일반인), 가수를 빠는 자신들을 즐기는 그룹(신화창조). 롤링스톤스, 메가데스처럼 티셔츠를 찍어내는 걸 보면 노래로 시작해서 가수 자체로 애정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1번 그룹은 전성기때 사회적 열병을 전파하다가 은퇴와 함께 세력이 약화되거나 다른 우상을 찾아간다. 2번 그룹은 비슷한 계열의 다른 노래로 관심이 확장되든지 해서 음악적 소양을 배양한다. 3번 그룹은 여러가지 잡다한 정보를 공유하는 세대동아리로 발전하는 것 같다. 어찌됐든 한 가수의 명성은 갖가지 종류의 팬을 양산한다. 가수의 복귀는 이 세가지 그룹을 다시 합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요즘같이 아이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고릿적 메가히트 가수들이 복귀하는 데에는 실리적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훈아, 조용필 콘서트가 피켓팅이 되는 이유는 그 가수들의 팬들의 아들딸들이 HOT, 젝스키스, 핑클, SES, 신화창조부터 BTS, 엑소, 워너원의 팬들이기 때문이다.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은 부전자전, 모전녀전이고, IT강국에서 클릭질로 성적이 하지 못한 효도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 지팡이 짚은 어르신과 그 자제분들로 추정되는 장년분들이 오셨다. 30년 뒤에 나도 저렇게 관람할 수 있는 일대기 영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일단 단언하자면 HOT 일대기는 안 볼 것이다.

 

1989년 보헤미안랩소디는 우리나라에서 살인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심의위원들이 얼마나 순수했는지 모르고 볼 일이다. 나는 1998년 이 노래를 처음 접했는데, 중2병 감성에 접착제같이 달라붙는 곡이라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가 만약 성적 지향성을 암시한 것임을 알았더라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이 그토록 충격적이었던 것은 세계를 강타한 신종 불치병 에이즈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에이즈라는 새로운 병명이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던 퀸의 공연과 뮤직비디오를 치환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로써 퀸은 영원한 충격의 상징이 된 것이다.  

 

비틀즈, 섹스피스톨즈, 핑크플로이드, 오아시스, 바스틸 등 브릿팝은 대체로 띵뚱땡뚱 삘릴리뻴렐레 하거나 혹은 웅얼웅얼 쵸키포키 한다. 주제도 너와 함께했던 어제가 그리워,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멋진 신세계가 오고 있다, 이런 암울한 류다. 이런면에서 퀸의 We will rock you나 We are the champions는 다분히 미국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흔들어버리겠다, 우리는 승리자다 하는 강한 메시지도 미국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미국에서 두 노래는 별로 호응을 못받고 디스코를 베이스로 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 같은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클잭슨이 1984 그래미를 휩쓸고 다니고 뮤직비디오에 좀비들이 떼로 나와 꺾인 손을 들고 왔다갔다 하던 시대이다. 음악인의 운명은 시대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퀸은 그나마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해서 호불호는 갈리더라도 마니아는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보다는 브루노 마스랑 닮았다. 프레디 머큐리는 그렇게 고운 선을 가진 연약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년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담같이 뇌쇄적이고, 세상 풍파를 견뎌낸 듯한, 세상을 초월한 듯한 얼굴을 가졌다. 라미 말렉이 제스쳐는 똑같이 따라했지만 그 속에 보여지는 뉘앙스는 못 드러낸 것 같다. 어쩌면 동성애에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한 감독의 지시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프레디 머큐리는 앙드레김이나 신봉선을 더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