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Le Livre des Baltimore
조엘 디케르Joel Dicker / 임미경
밝은세상
178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전기자극으로 체지방을 분해해주는 마사지기를 구입하고, 잠을 자는 동안 근육을 키워주는 크림도 사게 되지.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당연히 운동을 해야 하는데 만사 귀찮으니가 다이어트 약을 상용하기도 해. 인간은 본질적으로 약한 존재이고, 본능적으로 무리지어 살아가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어두침침한 영화관에 모여들길 좋아하지. 우리는 영화관에 모인 사람들에게 영화팸플릿, 팝콘, 음악, 무료잡지 따위를 나누어 주고 예고편을 보여주지. "넌 영화를 잘못 골랐어. 오늘 보려는 영화보다는 다음 작품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꼭 보러 와야 해!"라고 암시하는 예고편이지. 사람들이 다음 영화를 보러 가면 또 예고편이 소개되고, 결과적으로 계속 영화관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는 거야. 새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다른 예고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 사람들은 호갱 노릇을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몰라.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자투리시간에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소다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목구멍으로 밀어 넣지. 다시 한 번 호갱이 된 자신의 처지를 잊어야만 하니까. 미래의 세상은 영상매체의 노예가 된 사람들과 저항을 펼치는 한 줌의 사람들로 나뉠 거야. 한 줌의 사람들이 끝까지 저항하여 최후의 도서관에 집결해 농성을 펼칠 테지만 무한정 버틸 수는 없겠지. 결국 좀비 무리와 노예인간들이 승리를 거두게 될 테니까.
344
"큰아버지, 명판 철거 절차가 모두 끝났어요."
"내 이름을 떼어 내는 작업을 지켜보았니?"
"큰아버지 이름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치킨 회사 네온사인 간판을 달았어요."
"치킨 회사가 내 다음 기부자라는 말이지?"
"네, 그런가 봐요."
큰아버지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커스, 어느 날 이름이 풋볼경기장에 내걸렸다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떼어지기도 하는 게 바로 인생이야. 그 자리에 치킨 회사 간판이 대신 내걸리기도 하지. 자아의 종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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