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네다 2021. 6.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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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 이민아

알마

 

올리버 색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경학이나 심리학은 모든 것을 다 말하지만, '판단'에 대해서만큼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판단력의 결함이야말로 수많은 신경심리학적 장애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특이나 이런 환자들의 경우에는 개별성을 인식하는 능력과 판단력이 거의 재앙 수준에 가까울 수 있는데도, 신경심리학은 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적인 의미에서나 혹은 경험론적/진화론적인 의미에서 볼 때 판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동물의 경우 아니 인간의 경우라도 '추상적 경향' 없이 살 수는 있지만, 판단 능력이 없다면 당장 사멸하고 말 것이다. 판단은 고등한 생활이나 정신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임에도, 고전적인 신경학에서는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되어 왔다."

법정에서 오랫동안 당연시 되어온 '심신박약을 고려한 형벌의 감격'에 대해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조현병 환자 혹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증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될 경우, 그 사정을 참작해서 형벌을 감경해주는 것이 그 장애에 대한 배려 또는 피치 못할 사정에 대한 감안으로서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냐는 것이다. 사람이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은 더 배려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있다. 특히 제3자가 정신질환자를 겁박하거나 회유하여 저지른 교사범죄의 경우 당연히 질환자를 보호하고, 교사자에게 더 강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질환자라 하더라도 자기 생존과 타인의 생존에 대한 판단력은 본능적인 것이고, 살인이나 폭력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원칙은 체득되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신질환자가 판단력에 이상이 있다고 하나, 그 판단 자체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타인을 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전제 내에서도의 이상이라고 한다면 무시무시한 범죄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양형이 빈번해지다 보니, 심지어 피고인 변호의 한 축이 정신질환의 유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의사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소견을 받아내는 것이 피고인의 죄가 가볍다는 논리가 된다면, 더군다가 과거에 비해 정신의학이 천문학적으로 발달했지만 그만큼 비정상인의 범주도 넓어졌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신질환자들의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다행스럽게도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위안 삼아야 할 것인지, 정신질환자 피고인의 죄가 과연 대체적으로 가볍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일전에 어던 사람이 재미있는 일화라며 인터넷에 소개한 글이 있다. "아는 동생이 하루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자기 손가락이 '다섯'개 밖에 없어서 깜짝 놀랐다. 손가락이 '여섯'개 있어야 하는데, 구석구석 찾았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근심 반 울음 반으로 연락이 왔다. '바보 같은 놈아! 손가락이 왜 여섯개냐, 다섯개지!' 하고 놀렸는데도, 한참을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잊어버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어이 없으면서도 웃기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한 소름끼치는 댓글을 보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분이 손가락이 원래 '여섯'개라고 착각해서 다행이다. 원래 '네'개라고 착각했으면 아마 분명히 하나를 잘라냈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바디:우리 몸 안내서'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30초 사이에 허블 우주 망원경이 30년 동안 처리해 온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훑고, 총 2000엑사바이트 수준의 정보를 담는다고 한다. 인간은 뇌에 대해서 오랜 옛날부터 최고의 열의를 다하여 연구해 왔지만, 여전히 뇌의 기초적인 사항들에서조차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놀랍다고 한다. 왜 어떤 기억을 저장되고 어떤 기억은 지나가버리는지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자가 코딩을 짤 때, 구현히 안되면 '왜 구현이 안되지?'하고 고민하지만 구현이 되면 '왜 구현이 되지?!'하고 놀란다는 말이 뇌를 연구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뇌가 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어떤 오류가 나타난다는 가설을 세우는 것은 더딘 작업일 수밖에 없다. 사례 한개 한개를 겪을 때마다 기록을 통해 비교 대조해야 하는 말 그대로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난을 직접 체험하기로 결심하고 그 길을 가고 있는 개발자,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자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자연의 뇌조차도 아직 다 파악되지 않고 알 수 없는 오류로 가득한 상황에서 인공 뇌를 창조하고자 애쓰는 인공지능 개발자가 이 책을 읽고 위안을 삼을지 더 큰 고뇌에 빠질지도 궁금하다. 혹은 이러한 뇌의 오류는 애초에 인공 뇌 개발에서는 상정되지 않는 부분이기에 덜 또는 더욱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