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바디:우리 몸 안내서Body:A Guide for Occupants

네다 2021. 6.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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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우리 몸 안내서Body:A Guide for Occupants

빌 브라이슨Bill Bryson / 이한음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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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은행계좌, 맛있는 요리, 튼튼한 위장에 달려 있다." - 장 자크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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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마틴은 그다지 협조적인 실험 대상자가 아니었다. 때로는 종적을 감추기도 했는데, 보몬트가 추적하여 다시 찾아내기까지 4년이 걸린 적도 있었다. 이렇게 때때로 실험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보몬트는 마침내 <위액의 실험과 관찰 및 소화의 생리학> 이라는 기념비적인 저서를 펴냈다. 약 한 세기 동안, 소화 과정에 관한 거의 모든 의학 지식은 세인트 마틴의 위에서 나온 것이다.

얄궂게도 세인트 마틴은 보몬트보다 27년을 더 살았다. 몇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든 고향인 캐나다 퀘벡의 세인트토머스로 돌아와서, 혼인을 하고 자녀를 6명 낳았다. 그는 1880년에 여든여섯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자신을 유명인사로 만든 그 사고를 겪은 지 거의 60년이 지난 뒤였다.*

* 세인트 마틴은 버몬트 주의 캐번디시에서도 얼마간 살았다. 그곳은 또다른 불운한 사고로 피니어스 게이지가 쇠막대에 머리를 관통당하는 사고가 일어난 지역이었고, Y 염색체의 발견지인 네트 스티븐스의 탄생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세사람은 캐번디시에 있던 시기가 서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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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의료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로 널리 받아들여진 것 중의 하나가 암의 5년 생존율인데,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곧은창자암의 5년 생존율 한국이 71.8퍼센트이고, 오스트레일리아가 70.6퍼센트인 반면, 영국은 60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도 64.9퍼센트 그리 낫지 않다.) 자궁목암의 5년 생존율은 일본이 71.4퍼센트로 가장 높고, 덴마크가 69.1퍼센트로 바짝 뒤쫓고 있고, 미국은 67퍼센트로 중간이며, 영국은 63.8퍼센트로 바닥을 긴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이 90.2퍼센트로 세계 최고이고, 오스트레일리아가 89.1퍼센트로 바로 뒤이며, 85.6퍼센트인 영국보다 상당히 앞서 잇다. 전체적인 생존율만 따지다가는 인종별 차이라는 껄끄러운 문제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잇다. 자궁목암을 예로 들면, 미국의 백인 여성의 5년 생존율이 69퍼센트로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는 반면, 흑인 여성은 겨우 55퍼센트로 바닥에 근접해 있다.(흑인 여성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간에 차이가 없다.)

종합하자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북유럽 국가들, 극동의 부유한 국가들은 이 모든 암의 생존율이 정말로 높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꽤 좋다. 미국은 결과가 뒤섞여 있다. 영국의 암 생존율은 암울하며, 따라서 국가적 관심 사항이 되어야 한다.

 

490

오래 전에 한 결핵 연구자는 이렇게 간파한 바 있다. "생쥐는 기침을 안 한다." 알츠하이머병 약물의 시험 사례들은 이 점을 절망적일 정도로 잘 보여준다. 생쥐는 본래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으므로, 연구자들은 유전공학적으로 생쥐의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단백질이 쌓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사람의 뇌에 쌓이는 단백지롤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다. 그렇게 만든 생쥐에게 BACE 억제제라는 약물을 투여하자,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녹아서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대단히 흥분했다. 그런데 같은 약물을 사람에게 투여하자, 오히려 치매가 더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2018년 말, 제약사 3곳은 BACE 억제제의 임상시험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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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한 가장 장수한 사람은 프로방스 아를에 살았던 잔 루이즈 칼망으로, 1997년에 122년 164일을 살고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122세까지 산 유일한 사람일 뿐 아니라, 116, 117, 118, 119, 120, 121세에 다다른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칼망은 여유 있는 삶을 살았다. 아버지는 부유한 조선업자였고, 남편은 잘나가는 사업가엿다. 그녀는 직장에 다닌 적이 없었다. 남편보다는 50년 넘게, 외동딸보다는 63년을 더 살았다. 칼망은 평생 담배를 피웠고 - 117세에 마침내 끊을 때에도 하루에 2개비를 피우고 있었다 - 일주일에 초콜렛을 1킬로그램씩 먹었다. 그런데도 말년까지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건강한 삶을 누렸다. 노년에 그녀는 재치 있게 자랑하곤 했다. "내 몸에 주름은 딱 하나뿐이라오. 지금 깔고 앉아 있는 거지." 

또한 칼망은 역사상 가장 잘못 판단한 거래 가운데 하나의 흡족한 수혜자이기도 하다. 1965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그녀는 어느 변호사와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2,500프랑을 받기로 하고, 자신이 사망하며 아파트를 넘기기로 계약했다. 당시 칼망의 나이가 90세 였으므로, 변호사에게는 꽤 좋은 거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먼저 사망한 쪽은 변호사였다. 그는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로 사망할 때까지 30년동안 칼망에게 총 90만 프랑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자신이 결코 차지할 수 없었던 집을 구입한 대가로 말이다.

한편 가장 오래 산 남성은 일본의 기무라 지로에몬으로서, 116년 54일을 살다가 2013년에 사망했다. 그는 집배원으로 별 탈 없이 일하다가 퇴직한 뒤에 교토 인근의 마을에서 살았다. 기무라의 생활습관은 건강했지만, 일본에는 그런 사람이 수백만 명은 된다. 그가 왜 다른 사람들보다 그토록 오래 살 수 있었는지는 답할 수 없겠지만, 집안 유전자가 장수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 같기는 하다. 대니얼 리버먼은 내게 말하기를, 80세가지는 대개 건강한 생활습관의 산물이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전적으로 유전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뉴욕 시티 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버나드 스타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장수할 수 있느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를 잘 고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