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선일보Books]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

네다 2008. 8. 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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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Books |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정신 잃은 좌파 또한 버릴 순 없다"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변광배 옮김|프로네시스|460쪽|1만8000원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과 《아메리칸 버티고》의 저자이자 자유주의적 좌파로 잘 알려진 레비(Levy)가 "그럼에도 나는 좌파"라고 굳이 고백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에게 좌파는 '가족'이다. 전체주의를 혐오하는 그가 전체주의적인 '가족'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조금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당장 가족을 버릴 수는 없듯이 좌파 또한 그렇다"는 걸 견지하고 싶어서다.

프랑스의 좌파는 드레퓌스 사건, 친(親)나치즘으로 얼룩진 비시정부, 알제리 전쟁, 68혁명이란 유산을 통해 반유대주의, 반나치주의, 반식민지주의, 반권위주의 투쟁에 나섰던 용기와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좌파는 이 네 가지 경험으로 얻은 정신을 효율적으로 계승하지 못했다. "붉은색 전체주의(공산주의)와 갈색 전체주의(나치즘)의 유혹에 빠져 인권, 자유와 평등, 진보와 성장, 분배와 복지 등 좌파가 중시했던 가치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좌파 지식인 앙드레 글뤽스만이 2008년 실용주의를 표방한 우파 사르코지 정권으로 전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좌파는 전세계에서 핍박받는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대의명분을 대변해 주고 보호해줘야 하지만, 지금 그 역할은 우파인 미국이 하고 있다. 레비는 "좌파는 그런 미국을 질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반미주의에 동조하고, 반미주의와 연관된 반유대주의까지 옹호한다"고 비판한다.

좌파가 소생하려면 이 같은 '어긋난 전체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패한 이유 역시 어긋난 전체주의의 틀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불의가 아무리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을지라도, 혹은 그것을 바로잡는 데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든다 할지라도 좌파에게 중요한 건 도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