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1분

네다 2008. 10. 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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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한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실천하고, 발견하더라도 그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다시 나 자신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나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남자를 만날 수 있도록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각자가 느끼는 것은 각자의 책임일 뿐, 그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2.
당신은 아니스 칵테일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봐야 해요.
그 과일이 열린 나무, 그 나무가 맞서야 했던 폭풍우, 그 열매를 딴 손,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는 선박, 그 열매가 알코올과 접촉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색깔을 보죠.
언젠가 내가 그럴 수 있다면, 나느 그 모든 걸 화폭에 담을 거예요.
하지만 그 그림을 보는 당신은 그저 흔하디 흔한 아니스칵테일 잔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3.
다행그럽게도 나는 그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았고, 그가 어디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를 잃는다 해도, 나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를 잃었다 해도, 나는 내 삶에서 행복한 하루를 번 셈이니까.
불행의 연속인 이 세상에서 행복한 하루는 거의 기적에 가까우니까.

 

4.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주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5.
당신이 갖고 싶어할 물건을 사주는 대신, 나에게, 진짜 나에게 속하는 물건을 당신께 드리는 거예요.
선물이죠.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 그 사람 가까이에 있는 것이 나한테 중요한지를 알리는 방식이에요.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 자신의 일부를 소유하는 거예요.

 

6.
욕망이 아직 이 순수 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 남자와 여자는 삶에 대해 열광하고,
다음번 축복의 순간을 기다리며 매 순간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경솔한 행동으로 사건을 앞당기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불가피한 것은 반드시 발현되시라는 것, 진실은 늘 자신을 드러낼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매 순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이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어떠한 마술적 순간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7.
그를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와 함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그의 발소리, 그의 말소리, 그의 정겨운 눈길이 이 도시에 아름다운 색깔을 입힌다.
내가 이 나라를 떠날 때, 그는 하나의 얼굴을, 하나의 이름을 가질 것이고, 나는 벽난로 불꽃에 대한 추억을 가져갈 것이다.
내가 여기서 경험한 다른 모든 것, 내가 거쳐운 모든 힘겨운 난관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8.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영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의 동요이다.

 

9.
아픔은 쉽사리 중독되는 강력한 마약이니 그것에 습관을 들이지 말라고.
그것은 우리의 일상 속에, 감추어진 고통 속에, 우리의 체념 속에,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랑 탓으로 돌리는 우리 꿈의 와해 속에 있어요.
아픔은 본모습을 드러낼 때는 무섭지만, 희생과 체념으로, 또는 비겁함으로 치장을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오.

인간은 아픔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 함께하는 방법, 그것과 불장난하는 방법,
그것이 삶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늘 찾아낸다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한 포기라는 사실만 알아둬요.
아픔과 고통이, 오로지 기쁨만을 가져다주어야 마땅한 사랑의 증거가 되는 거요.

 

10.
새가 죽고 나자, 그녀의 삶 역시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죽음이 찾아와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왜 날 찾아왔나요?"
여인이 죽음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 새와 함께 다시 하늘을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11.
이상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어떤 도시에 거주할 때는 그 도시를 탐험하는 일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에는 그 도시를 전혀 모르는 채 그곳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2.
"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텐데'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만큼 머물러주기를.'"

 

13.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는 걸, 당신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세상의 모든 결심과 의지로도 게임의 규칙을 수시로 바꾸는 사랑을 막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싶었소.
영화에서처럼 낭만적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오. 그렇지 않소?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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