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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31231 이탈리아 밀라노 - 중앙역, 프랑스 니스 이동

네다 2014. 2. 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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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1 청명한 맑음
이탈리아 밀라노

이탈리아 밀라노 - 프랑스 니스 이동


최후의 만찬 관람을 마치고 드디어 이탈리아를 떠날 시간이 왔다. 갑자기 이탈리아가 너무 사랑스러워지면서 떠나기 싫어졌다, 는 오글오글한 감정은 별로 들지 않았다. 원래 내 유럽여행 1순위 국가가 이탈리아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생일이 있는 주에 바티칸에서 미사를 보고, 친퀘테레를 예쁘게 찍고, 밀라노 두오모를 실컷 보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3개 다 해보지 못했다. 생일날 로마에 도착했으나 바티칸에서 미사는 못 봤고, 친퀘테레에 갔지만 사진은 다 발로 찍었고, 밀라노 두오모를 2시간밖에 못봤기 때문이다. 반쪽 아니 반의 반쪽짜리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이탈리아를 떠나는 마당에 남은 느낌은 후련하다는 것이었다. 단번에 걸작 만들 생각을 하지말고 습작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어느 학자님의 말씀처럼 완벽하진 않았지만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이탈리아에 또 한번 올 기회가 있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여행을 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서 빈티밀리아 Ventimiglia 행 기차를 탔다. 1510 밀라노 Milano - 1905 빈티밀리아 Ventimiglia. 이 기차는 제노바 Genova (제노아)를 경유해서 빈티밀리아로 가는 해안철로를 탄다. 기차를 타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제노바까지 가는 평원이 아름다웠던 것은 셋째 치고, 제노바에서 기차가 방향을 바꾼 것은 둘째 치고 - 그래서 역방향으로 시작했던 나의 좌석은 어느새 순방향이 되어 있었다, 제노바에서 빈티밀리아 가는 길의 바다 풍경이 장관이었다. 지금까지 본 이탈리아 해안중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제노바의 해안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밝은 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석양에 보는 제노바 해안도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포지타노는 숨겨둔 휴양지, 친퀘테레는 때묻지 않은 어촌, 베네치아는 산만하고 즐거운 놀이공원이었다면 제노바는 세련되고 도도한 해양도시 였다. 과거에 비해서 한참 쇠퇴했지만, 제노바는 원래 해양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밀라노-토리노 와 더불어 공업 삼각지대를 형성하였던 도시이다. 거대한 선박과 작은 요트들과 산적한 컨테이너들, 해변과 해안과 해수욕장들.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에다가 인천을 더한 느낌이랄까.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다음번 이탈리아 여행에 한가지 일정이 더 추가 되었다. 제노바 여행.

 

그렇게 아쉽고 아련하게 이탈리아를 뒤로 하고 빈티밀리아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빈티밀리아로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빈티밀레 Vintimille 로 부르는 것 같다. 역에서 누텔라브레디를 사먹었는데 맛있었다. 빈티밀레 역에서 1시간여를 기다려서 니스 빌레 Nice Ville 행 열차를 탔다.

 

2020 빈티밀레 Vintimille - 2108 니스 빌레 Nice Ville. 우리칸에 승객은 나밖에 없었다. 이쪽 구간도 제노바-빈티밀리아 구간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밖은 칠흑같은 어둠뿐이었지만, 언덕마다 전등을 밝힌 마을이 나타나고 출렁이는 바다에 이따금씩 불빛이 반사되면 별이 뜬 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났다. 니스 가는길에 멍통과 모나코 몬테카를로에 들렀다. 종종 사람들이 타고 내렸지만, 신년전야 야간열차라서 승객이 많지 않았다. 게중에는 말일이라서 한탕 놀아보려고 니스에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급적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으려고 했다. 중간에 니스 리퀴에 Nice Requier 역에 한번 섰는데, 잘모르겠어서 내리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니스 빌레역은 다음 정거장이라고 해서 한 정거장 더 갔다.

 

니스 빌레역은 공사중이었다. 공사가림막 사이로 밖으로 나와서 맞은 니스의 첫인상은 우범지대 같았다. 낭만의 해안도시 니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음산했다. 취한 사람들, 노숙자들, 부랑자들. 정상적인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그런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다행히 바카랏 호스텔은 니스역에서 5분정도 거리라서 금방 도착했다. 4일 도미토리 (2박 28유로) 였는데 호스텔 자체는 깨끗했다. 2층 침대도 깨끗하고 수건도 새로 줬다. 화장실도 깨끗했고, 컴퓨터도 여러대 있었다. 다만, 호스텔에서 묵는 숙박객들의 질은 보장할 수 없었다. 우리방에는 나 말고 한국인 여자애 1명과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여자애 2명이 있었는데, 밤에 프랑스인 여자애 2명이 좀 심상치 않았다. 담뱃잎이었는지 종이에 말아서 피우는 것 같았다. 어쨌든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해변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30분 걸어서 해변에 도착했다. 프롬나드데장글레 Promnade des'Anglais 인 건 알겠는데, 해변에 아무도 없었다. 12월 31일이라 그런지 몇몇 산책하는 가족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해변에 인접한 호텔에서는 파티하는 소리가 왁자지껄 했다. 해변이 아니라 마세나 광장 Palais Massena 에서 축제하는가보다 하고 광장쪽으로 가다가 길을 잃었다. 분명 가리발디 광장 Palais Garibaldi 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삐딸 빠스뛰 Hopital Pasteur 에 도착했다. 길을 찾느라 헤매고 있는데, 그 사이에 어느새 자정이 되어서 파티하는 애들은 폭죽 터뜨리고 난리가 났다. 아파트마다 파티가 열려서 거리에는 나혼자만 있었다. 내가 여기 왜 왔나 생각이 들었다. 카운트다운 같은 낭만적이고 영화같은 새해맞이는 아니더라도 니스 밤바다라도 보면서 새해를 맞을줄 알았는데. 이것도 추억이 될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가리발디 광장 Palais Garibaldi 에 도착했다. 주세페 가리발디 Giuseppe Garibaldi 장군은 다들 알고 있듯 이탈리아 통일 영웅이다. 그런데 고향은 니스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통일 영웅을 기리면서 광장을 만든 것이다. 뭐든 잘되고 볼일이다. 

 

 

밀라노 중앙역. 촌스럽게 기차역 사진찍는 것은 좀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로마 떼르미니역, 밀라노 중앙역, 마르세유 생샤를역 등&nbsp;이번 여행에서는 그 자체로 휘황찬란한 기차역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밀라노-빈티밀레 가는 기차 6인실. 서로 마주보고 좌석이 3개씩이라서 좀 민망하다.

 

  

 

 

니스 도착해서 해변가로 나갔다. 개미 한 마리 없다.

 

 

 

프롬나드데장글레

 

 

 

 

 

 

 

 

가리발디 광장에 도착. 여전히 사람이 적다. 다들 파티하러 집에 들어갔다.

 

 

 

 

 

가리발디 장군 동상.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가리발디 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전구 장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