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12월

네다 2014. 3. 20. 21:30
728x90

 

 

12월

김이듬

 

저녁이라서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가는 사람들

목 없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망신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라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품 파인 눈의 애인이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 4  (0) 2014.03.20
먼 후일  (0) 2014.03.20
한적한 엔딩  (0) 2014.03.20
  (0) 2014.03.2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