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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4
이종은
언제나 쉽게 선선해지는
저녁에 앉아있으면
세상이 잠드는 것이 보인다
나는 엷게 칠한 페인트처럼
흐그러진다
갈라진 사이마다, 공기
무엇도 소유하지 않으므로
뜨겁지 않은 그 선선함
나는 다시 엷게 칠해진다
세상은 언제나 낮게 몰려왔다
짙게 저물어 가고
틈이 생긴 자리마다 집을 짓는
바람과 새벽의 지친 어휘들
그리고 그대 어깨 내리는
불치의 햇살들.
졸음을 일으켜 앉으면
먼 꿈을 꾸고 돌아 온 길.
길과 기억 사이의 추억이란
고달픈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