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산책 4

네다 2014. 3. 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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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4

이종은

 

언제나 쉽게 선선해지는

저녁에 앉아있으면

세상이 잠드는 것이 보인다

나는 엷게 칠한 페인트처럼

흐그러진다

갈라진 사이마다, 공기

무엇도 소유하지 않으므로

뜨겁지 않은 그 선선함

나는 다시 엷게 칠해진다

세상은 언제나 낮게 몰려왔다

짙게 저물어 가고

틈이 생긴 자리마다 집을 짓는

바람과 새벽의 지친 어휘들

그리고 그대 어깨 내리는

불치의 햇살들.

졸음을 일으켜 앉으면

먼 꿈을 꾸고 돌아 온 길.

길과 기억 사이의 추억이란

고달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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