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바람 저편에 서면
김춘경
그러하다
바람은 길 끝에서부터 불기 시작하고
바람의 파장이 어깨를 스쳐갈 때쯤
그 때서야 비로소
길 위에 있음을 깨닫는다
서로 닿지 못하는 동안의 떨림과
서로 닿았을 때의 흔들림.
그 짧은 교차가 허공을 진동하면
어느새 길은 또 멀어진다
바람이 분다
지독한 고요함에 슬픔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