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고구마를 삶으며

네다 2014. 3. 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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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삶으며

서안나

 

고구마를 삶다 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으며 잎사귀도 덜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감사해라

고구마 푸른 줄기처럼

휴대폰 밖으로 넝쿨 져 뻗어 나오는 어머니

 

세상에 사나운 일 벌릴까 봐

40이 넘어도 설익은 딸년

마음과 영혼 병들지 말고 제대로 익으라고

핸드폰 속에서 쿡쿡 찔러보는 어머니

뜨거운 아랫목에서 뒹굴 거리며

알았다고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뜨뜻하게 잘 익어가는 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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