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의 나
이시영
여기에 앉아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마.
나는 저녁이면 돌아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가
몇 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 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비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쪽
납작 바위에 붙어앉아
밤새 사랑을 나누다가
새벽녘 솔바람 소리 속으로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