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고적한 밤

네다 2014. 3. 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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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밤

한용운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별에 걸쳤던

님 생각에 금(金)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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