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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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 2014. 4. 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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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6 흐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

밤에 배도 부르고 화장실을 자주 가느라고 시달렸더니 아침에 피곤하다. 아침 0800부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빨리 먹고 나가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또 게으름을 피우다 0910이 되어서야 길을 나섰다. 아침식사도 또 걸게 차려주셔서 밥을 많이 먹었다. 김치, 샐러드, 김과 밑반찬이었지만 엄청 맛있었다. 떠나기 전에 사장님과 사진을 찍고, 하루만 있는 것이 아쉽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섰다. 트램 스테이션도 매우 가까워서 5분 정도 걸어가니 정류장이 나왔다. 스트렛포드Stretford, 올드트래포드Old Trafford 까지는 1정거장이었다. 트램 표는 1.4파운드, 1정거장인데 꽤 비쌌다. 일찍 가서 0940 투어를 들으려고 했는데, 시간상 안될 것 같았다. 게다가 구장 근처에서 아식스 마라톤까지 열리고 있어 구장 가는 큰 길을 막아버렸다. 길을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분이 돌아가는 방법은 없다고 마라톤 주자들을 뚫고 건너가라고 하셨다. 맨체스터까지 와서 무단횡단, 그것도 사람들이 다보고 있는 가운데 마라톤을 무단횡단 하라니.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오전중으로 구장에 가야했다. 그래서 주자들이 좀 뜸할 즈음, 땅을 쳐다보며 달렸다. 조금 창피해서 다 건넌 후에도 한참 달려갔다.

 

다행히 구장에 도착하니 0950쯤 되었다. 바로 투어티켓을 구입하고(성인 18파운드), 지하 집합장소로 내려갔다. 가이드 마이크 아저씨를 만나서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무슨 사전설명하고 막 뜸들이다가 하이라이트로 피치에 들어갈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다. 바로 직빵으로 대놓고 관중석에 들어가서 설명해주신다. 생각지도 못한 입장과 광활한 그라운드와 76천석의 관중석을 보면 처음에는 숨이 턱 막혔다가 갑자기 뻥 뚫린다. 내가 꿈의 구장에 와 있구나, 하는게 실감난다.(물론 이번 시즌으로 보자면 악몽의 구장이겠지만) 가이드 아저씨께서 구장의 역사, 관중석마다의 가격, 중계석의 위치 등 맨유와 올드트래포드 구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그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같은 곳 또 찍고, 당겨찍고 밀어찍고. 어차피 사진정리하면 하나밖에 안남길텐데 왜 그랬을까. 

 

관중석에서 설명이 끝나면 뮌헨터널Munich Tunnel 로 이동한다. 1958.2월 UEFA 유러피안컵(現 챔피언스리그) 를 마친 맨유 선수들이 독일 뮌헨공항에서 타고 출발한 비행기가 이륙 도중 전복되면서 선수 8명을 포함한 23명이 사망한 사건을 기리는 곳이다. 뮌헨터널과 마주보는 경기장 동쪽스탠드 위쪽에는 1958.2.6일이 새겨진 시계가 달려있다. 뮌헨터널 안쪽에는 뮌헨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마련되어,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고 있다. 원래 우리 관람팀에 남자 꼬마아이가 둘 있었다. 둘이 각자 자기 아버지랑 왔다. 두 아이 모두 안에는 맨유 레플리카를 입고 밖에 자켓을 입고 있었다. 뮌헨터널은 구장 바깥에 있어서 꽤 쌀쌀했는데, 두 아이중 큰 아이가 레플리카만 입고 추운지 좀 떨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는 걸 보니 '쫘식 남자라고' 하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고서 작은 아이쪽을 봤는데 작은 아이가 큰 아이를 의식했는지 자꾸 자켓을 벗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막혀서 실패했다ㅋ

 

뮌헨터널 관람을 마치고 선수들이 직접 사용하는 라운지, 락커룸, 기자회견장을 돌아본다. 라운지와 락커룸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고, 복도에는 맨유가 리그 우승을 했던 시즌이 연도별로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라운지에는 경기당일 경기에 출전할 11명(서브까지 18명이었나)만 모여있는다고 한다. 간단한 요깃거리와 음료수가 마련되어 있고, 경기당일에는 신문 등 편의를 위한 물품들이 제공된다고 한다. 라운지 한켠에 소속선수들 명단이 정리되어 있었고, 2005-2011년간 박지성 선수 기록도 있었다. 문 옆에는 락커룸 자신의 자리에서 리그컵을 들고 있는 라이언 긱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경기직전 선수들끼리 많이 대화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바로 락커룸으로 이동했다. 락커룸에 들어가면 번쩍번쩍 빛나고 그럴줄 알았더니 그냥 유니폼만 걸려 있어서 좀 휑했다. 물론 당일날 선수들이 각자 장비를 들고와서 풀어놓기는 하지만, 캐비넷이나 그런 것 없고 그냥 벤치와 옷걸이 뿐이라서, 선수들이 왠지 회사가서 유니폼 갈아입고 일하고 다시 평상복 입고 퇴근하는 직장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부터 돌아가면서 골키퍼-수비수-공격수 순으로 걸려있었고, 제일 마지막은 반페르시였던 것 같다. 기자회견장도 생각보다 꽤 작은 규모에 경사고가 컸다. 우리 대학교 강의실보다 작은 것 같았고, 제일 뒷 제일 윗칸에서 서서 사진을 찍으면 천장때문에 시야가 좀 가리는 것 같았다.

 

기자회견장 관람을 마치고 선수입장 통로를 이용해 다시 피치로 나갔다. 통로에서 피치로 나갈때 가이드 아저씨께서 관람객들을 2열로 맞춰세우시더니 심판처럼 경기당일 복장을 점검하시면서 관람객들의 재미를 높여주셨다. 관람객들보고 뛰어나가라고 하시면서 환성소리가 섞인 입장송을 틀어주셨다. 그렇게 입장송을 들으면서 새삼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시 피치에 나가서 광활한 그라운드를 보니 또 가슴이 뛰었다. 낮은곳에서 보니 구장 크기가 또 실감났다. 경기날이 되면 76천석이 모두 사람들로 채워져서 더 아득하겠지. 어흑어흑 구단이 이렇게 돈을 긁어모으는구나. 그라운드를 끼고 돌아 VIP석을 확인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구장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 아저씨께서 메가스토어Megastore에 데려다 주셨다. 아저씨께서 메가스토어 문 앞에서 맨유의 환영 영상을 틀어주셨는데, 긱스가 환영인사를 해서 웃음이 났다. 긱스는 선수기간으로나 활약으로나 사생활로나 뭐하나 꿇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긱스는 맨유의 영웅? 적어도 주요인사인데 웃음이 나다니. 아무튼 그렇게 메가스토어에 들어갔고, 지성팍과 크날두도 없으니 살 것은 없다 라는 마음으로 휘적휘적 둘러보기만 했는데, 어느새 출구 밖으로 나온 나의 손에는 맨유 져지 한벌이 들려 있었다는 무시무시한 괴담이.

 

 

투어 티켓. 고급스러운 목걸이홀더에 담아준다.

 

 

 

투어 미팅장소.

 

 

 

 

 

팬 할아버지 두분. 왠지 모르는 아우라가 풍긴다.

 

 

 

 

피치에 입장. 숨이 막히고 다시 뻥 뚫린다. 전율이 온다.

 

 

 

 

 

 

 

 

우리 가이드 마이크 아저씨.

 

 

 

 

 

 

 

 

 

건너편 귀빈석.

 

 

 

 

 

 

                 

 

 

 

 

장애인 응원석. 여느 영국 시설과 마찬가지로 올드트래포드도 휠체어통로 등 장애인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뮌헨 시계. 1958년 2월 6일을 가리키고 있다.

 

 

 

프레스룸.

 

 

 

 

 

감독 지인 배정석. 모예스의 이름이 보인다.

 

 

 

 

 

라운지, 락커룸 복도에 있는 우승시즌 액자. 루니의 한결같은 빛나는 머리가 세월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함을 보여준다.

 

 

 

 

 

진짜 옛날옛적 호나우지뉴와 좋아라하는 백암선생.

 

 

 

라운지에 마련된 요깃거리 테이블. 2008-09 시즌 우승 기념 사진에 지성팍님이 보인다.

 

 

 

 

락커룸 자기 자리에서 유니폼을 뽐내고 있는 긱스.

 

 

 

 

 

 

 

 

 

 

 

 

 

 

 

선수 입장 통로. 여기서 양팀 선수들이 어린이 손을 잡고 동동 뛰고 있다.

 

 

 

 

 

 

 

 

피치에서 느껴보는 관중석.

 

 

 

쉐보레에서 협찬한 귀빈석.

 

 

 

 

 

퍼거슨옹스탠드를 바라보면서 그라운드에서 퇴장한다.

 

 

 

나이키에서 후원하는 맨유 메가스토어. 넓지만 깔끔하고, 무엇보다 굿즈가 매우 매력적이다.

 

 

 

 

 

 

 

 

 

야누자이의 이름을 보고 있자니 백허그를 하는 난동을 피우고 싶은 충동이 든다.

 

 

 

보잉선글라스의 유혹도 잘 참아냈는데.

 

 

 

 

 

 

 

 

 

 

 

 

 

 

 

 

 

 

 

 

 

 

 

 

 

등산물병의 유혹에도 꿋꿋했는데.

 

 

 

져지를 보고는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메가스토어를 나오면 버즈비경께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신다. '호갱아, 얼마나 털렸느냐.'

 

 

 

맞은편 벤피카 정복의 영웅 3인 보비찰튼경, 데니스로, 조지베스트도 같이 맞이해준다. '헤헤헤 돈 많이 썼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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