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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 아니, 안기다리기
윤지영
너를 기다린다고 했지만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위해
마음 속 깊이 박힌 유리조각을 골라내고
작은 씨앗 하나 심지 않았으니
나는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생각하며 물 한 번 주지 않고
싹이 돋아나나 지켜보지도 않고
그 씨앗이 피워낸 넓은 그늘 아래
네가 앉을 의자 하나 마련하지 않았으니
너를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굵고 실한 가지마다 노란 등을 걸어 놓지도 않았으니
나는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네가 온다고 자랑하고,네가 온다고 외출도 않고 네가 오나 보려고 창문을 열어놓고,
큰 길이 보이게 활짝 열어놓고, 네 발소리를 들으려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사실은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가끔 딴 곳을 바라보고
가끔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잊기도 하고
가끔은 네가 온다는 것조차 잊기도 하고
너를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지금 문 밖에는 너무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그냥
지고 있다. 널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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