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기다리기 아니, 안기다리기

네다 2014. 6. 1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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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 아니, 안기다리기

윤지영


너를 기다린다고 했지만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위해 

마음 속 깊이 박힌 유리조각을 골라내고 

작은 씨앗 하나 심지 않았으니 

나는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너를 생각하며 물 한 번 주지 않고 

싹이 돋아나나 지켜보지도 않고 

그 씨앗이 피워낸 넓은 그늘 아래 

네가 앉을 의자 하나 마련하지 않았으니 

너를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굵고 실한 가지마다 노란 등을 걸어 놓지도 않았으니 

나는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네가 온다고 자랑하고,네가 온다고 외출도 않고 네가 오나 보려고 창문을 열어놓고, 

큰 길이 보이게 활짝 열어놓고, 네 발소리를 들으려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사실은 너를 기다린 게 아니었나 보다. 

가끔 딴 곳을 바라보고 

가끔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잊기도 하고 

가끔은 네가 온다는 것조차 잊기도 하고 


너를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지금 문 밖에는 너무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그냥 

지고 있다. 널 기다린다고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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