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비의 뜨개질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이에서 잠들었던 여자가
새벽녘 딱딱하게 굳은 몸에
그 목도리를 두르고 떠났다던가,
버려진 개들이 물어뜯어
올이 터진 목도리를 보았다던가,
가끔 소문이 들려오지만
확실한 건 없다,
비의 뜨개질이 시작되는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것 말고,
빗줄기가 뜨거운 네 눈물이었다는 것 말고는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대나무의 고백 (0) | 2014.06.17 |
---|---|
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0) | 2014.06.17 |
사라진 도서관 (0) | 2014.06.17 |
험난한 내 삶의 거름이 되어 (0) | 2014.06.17 |
이런 시 (0) | 2014.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