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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조정권
나 일하던 공간 편집실로 찾아온 오지호 화백
수염 모시고 사랑방으로 내려간다
저 수염, 광주 사람들이 무등처럼 올려다보고 있는 수염
한자사랑책 한권 주시더니
그동안 유럽에서 서너달 계셨다 한다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요
그애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5월 17일에는 유럽 촌구석을 헤매고 계셨다는 것이다)
조 편집장, 이 사옥에
어디 혼자 들어가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수염 부축하며 배웅해드렸다
하늘이 살려놓은 저녁해가 인사동 골목길에서 머리 쾅쾅 부딛고 있다
혼자 통곡할 수 있는 방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없다, 시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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