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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풀
최정례
너의 눈길 잠깐 스치고, 여름은 무성하다 쓰러지고 눈 내린다.
혈육과 이별할 일 상상만 해도 눈물 솟지만
너와는 늘 버릇된 일이라 멀리 있지만 가슴 속에도 쓰러져 있다.
천둥 벼락 치는 한 십 년 또 흐르면 너의 눈길 희미해질 테고
아주 잊어버렸다가도 또 한 번 스쳤으면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름 산 솟고 가을 강 깊어지듯
너의 눈길 내 풀 속에서 더욱 그윽해진다.
그 우박 치던 눈빛 상상 속에서
내 것인지 네 것인지 알 수 없게 될 쯤에도
또 여름 가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