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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140706 스웨덴 래트빅

네다 2014. 7. 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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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6 맑음
스웨덴 래트빅, 스톡홀름

북유럽의 한여름이라고 아침 8시인데 해가 벌써 중천에 떴다. 채비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스탭이 있길래 방값 정산을 하고 아침식사도 샀다. 식당에 아침뷔페가 차려져있었는데 거한건 아니었다. 시리얼, 요거트, 빵 2종류, 잼 2종류, 버터, 치즈, 햄, 오이, 수박, 커피,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종류별로 담아와서 창가를 마주보고 먹기 시작했다. 햄이랑 치즈 맛이 극치를 달린다. 버터도 엄청 맛있고 잼은 맛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 종류는 적은 대신 맛이 좋았다. 재료들이 좋아서 그랬나보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해놓았다. 아침을 먹고 카운터에 시내에 나가는 버스가 몇시에 있냐고 물었다. 500m 정도 걸어나가면 대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11시에 있지만 여기는 워낙 시골이니 좀 넉넉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역시나, 래트빅에 올때는 꼭 차를 렌트에서 와야 한다. 방에 올라가서 정리를 하고 청소도 하고 (청소를 안하면 청소비로 150크로나를 줘야한다) 거의 0940경 체크아웃을 했다. 너무 일찍 나온 것 같았는데 방에서 뒹굴뒹굴 하느니 차라리 바깥바람 쐬고 햇볕이라도 받자고 하고 나왔다. 날씨도 좋아서 다행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나왔는데 차가 한 대도 없다. 진짜 깡촌 시골이다. 자가용 가지고 휴양오는 사람들만 올수 있는 곳이다. 버스정류장에 스탠드도 없고 해서 옆에 풀밭 그늘에 지도를 깔고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쥐가 날것 같으면 일어나서 스트레칭 좀 하고 다시 책보고, 지나가는 차들 한번 보고, 하다보니 어느새 1030이 되었다. 혹시나 버스가 올까 해서 지도를 접고 정류 표지판 옆에서 기다렸다. 햇볕은 따가운데 날씨는 선선해서 좋았다. 하지만 몇분 지나지 않아 매우 더워졌다. 다시 그늘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책도 보았다가 하면서 30분을 기다렸다. 버스가 안오는건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멀리서 58번 버스가 보였다. 기쁜 마음에 손을 흔들고 버스에 올랐다. 기사양반이 뭐라고 하길래 "기차역이요!!" 하고 답했더니, "래트빅?" 이러신다. 암요, 설마 여기서 스톡홀름 기차역을 가진 못하겠죠. 버스운임은 26크로나인데 40크로나를 냈더니 14크로나와 버스표를 내어주신다. 버스표가 빳빳해서 책갈피로 쓰기에 딱 좋았다. 

래트빅 역에 도착해서 시내를 구경했다. 일요일이라 상점은 다 문을 열지 않았고, 시내는 상점 한 100여개가 있는 작은 읍내정도 되었다. 그 뒤로는 콘도, 호텔 등 휴양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산책을 나와계셨고, 어린아이들은 씽씽카를 타고 놀았다. 상점 디피는 별로 볼것이 없었으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읍내였다. 마트에 들어가서 사과잼빵, 밤잼빵, 치아바타, 물 2병을 사고 58크로나를 냈다. 기차에서 사과잼빵과 밤잼빵을 먹었는데 엄청 맛이 좋았다. 호숫가로 나와서 판자로 된 부두를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다들 휴양객들이고 사진찍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기차가 1302에 있어서 시간에 맞춰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뒤에서 누가 뭐라뭐라 한다. 돌아봤더니 웬 청년이 손짓을 하면서 뭐라고 말한다. 키가 190 정도 되어보이고 팔과 다리가 튼튼해보였다. 스포츠 크로스백을 한쪽 어깨에 매고 있었는데, 군살없이 매끈하고 싱그러운 젊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얼굴은 여느 20대처럼 밝고 맑으며 구김살 없어보였다. 아름다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란 티가 물씬 났다. 영리하고 총명해보이는 눈썹과 활처럼 말린 입꼬리를 갖고 있었고, 짓궂게 물결치는 금색 머리카락이 야구캡속에서 삐져나와 있었다. 목소리는 당당하면서 청아했다. 찬란하고 화창한 미소를 보고는 내 발밑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비드 조각상이 살아움직이는 것 같았다. 부럽고 그리웠다. "쏘리?" 했더니, "아" 하면서 영어로 그 자리는 자기가 예약한 자리라고 한다. 내가 이거 고정석이나고 묻자 사람들마다 예약했을 수도 있고 안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겼다.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다보니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중앙역에서 나와 클라라교회로 갔는데 스톡홀름 지하철이 예술작품으로 유명하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중앙역 지하철역T Centralen에 내려갔더니 과연 그렇다. 사실 대단한것은 아니고 그냥 예술가들이 지하철역 벽을 꾸민것인데, 역사가 동굴처럼 되어있어서 특이한 것이었다. 1회권은 36크로나에 75분동안 사용할 수 있다. 국립미술관을 가기 위해 중앙역에서 박물관 밀집지역 쿤스트래드고르덴역Kunstraedgaorden으로 이동하였다. 쿤스트래드고르덴역에는 고대그리스 로마를 연상시키는 기둥들과 조각상 등의 예술작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도시를 예술가들에게 맡기면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국립미술관은 리모델링으로 휴관중이고 전시작품들은 오페라 근처에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옮겨졌단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중앙역 지하철역으로 돌아왔다. 

드로트닝가탄Drottninggatan에서 초콜렛퍼지와 커피를 사서 국회 앞마당에서 먹을까 했는데 커피 살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감라스탄Gamla Stan까지 들어갔다. 젤라또 집이 보이길래 젤라또 4스쿱(59크로나)을 먹으면서 리다홀멘Riddarhlomen까지 걸었다. 암염Salt Licorice 맛 젤라또는 맛없다. 우체국박물관 앞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2105 비행기이면 1905까지는 공항에 가야하고 적어도 지금 1800에는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역에서 알란다 익스프레스Arlanda Express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1830경 공항에 도착해서 셀프체크인을 하고 래트빅에서 사놓은 치아바타와 탄산수를 꺼냈다. 치아바타는 별로 맛이 없었고 탄산수는 탄산이 폭발하는 바람에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에 도착해서 책을 읽었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았다. 2030경이 되었는데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다. 슬퍼졌다. 이별하는 것 같은 상실감이 들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사무치게 아팠다. 스톡홀름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출발이 조금 지연되어 30분정도 늦게 이륙한 것 같다. 개트윅에 도착하니 2330이 되었다. 0550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항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자다가 하다보니 너무 추워졌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졸았다. 0530부터 밖에 나와서 셔틀버스를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 1000경 집에 도착하니 한달정도 떠났다가 돌아온 기분이다. 꿈을 꾸었던 것도 같다. 아름다운 꿈이었다.

 

 

 

 

 

 

 

 

 

 

 

 

 

 

 

 

 

 

 

 

 

 

 

 

 

 

 

 

 

 

 

 

 

 

 

 

 

스톡홀름 지하철 벽화

 

 

 

 

 

 

 

 

 

 

 

 

 

 

 

 

 

 

 

 

 

 

 

 

 

왕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