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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50417 독일 베를린, 드레스덴

네다 2015. 6. 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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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7 맑음
베를린, 드레스덴

 

0900 하케쉐마크트로 향했다. 우드우드Woodwood나 메이드인베를린Made in Berlin을 찾으려고 했는데 결국 못찾고 그냥 거리만 배회했다. 딱히 쇼핑을 할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오히려 오픈을 안한 이른 아침에 나온것도 있었다. 검은원피스에 맞춰입을 튀는 크롭자켓을 사고싶었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게 없다. 가격이 비싼것도 한 이유 한다.

 

1000경 돌아와서 리셉션에 물품들의 행방을 물으니 1빠로 거긴 도미토리잖아 무슨 일이든 일어날수 있다고, 하는 대답이다. 그 대답 들으려고 내가 왔겠냐 멍청아. 다 체크아웃할때까지 나만 있었고, 내가 나간 후에는 청소한거 빼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도대체 그것들이 어딜 갔냐고. 자기들이 잔여물품 보면 일단 로스트앤파운드에 저장해놓는데 거기에도 없단다. 자기들은 한번도 물건을 그냥 버린적이 없단다. 그래. 이런일은 나한테도 한번도 일어난적이 없었어. 이게 처음이라고. 미안하단다. 하는수없이 올라와서 우리층 청소부한테 혹시 어제 청소했냐고 물어보니 어제는 자기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엄청 미안한 표정이다. 좀 있으니 매니저 같은 사람이 와서 없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냉장고에 넣어놨던 맥주가 없어지고, 내방에 두었던 물건들이 없어졌다.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나나. 내가 잘못한게 있나. 냉장고에 넣을때 이름을 적어두라고 해서 적어뒀다. 다른 지시사항은 없었다. 내가 내방에 물건들을 두지도 못하나. 남들이 체크아웃하면 내 물건들은 다 간수해야한다는 지시사항 같은건 없다. 원래 호스텔은 치안이 안좋지만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다. 내가 나이브하다고. 그렇겠지. 오늘은 나이브했어. 이전 호스텔들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다고. 호스텔 시설이나 위치는 좋지만 보안은 정말 말로 하기 힘들다.

어쨌든 체크아웃을 하고 중앙역에 가서 되는대로 치약칫솔과 충전기를 샀다. 동물원 역에 가서 카이저빌헬름교회를 보고 나오는데 비키니베를린이 있다. 시간이나 때우자 하고 들어갔는데 '핫인레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봤던 진저레드 사진들이 거기있었다. 신기한 우연이다. 작가는 '진저레드라서 핫한'거라고 말하고 싶은듯 하나, 이건 그냥 모델들이 핫한거다. 쟤네는 사실 아무색깔 머리라도 다 핫한거다. 하지만 어쨌든 진저레드 헤어에, 창백한 피부, 붉은 볼, 통통한 볼살, 가느다란 눈과 입술은 핫하다. 근육질보다는 그냥 뼈가 굵은게 더 핫한것 같다. 비키니베를린 1층은 다양한 소규모브랜드의 파일럿숍들로 채워져있다. 디자인의류, 소품, 아우디매장도 있다. 우리 밀리오레나 두타가 한때 이런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그저그런 다같은 시장옷 가게가 되고 말았다. 2층은 복도형 공간으로 상점들이 둥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1층을 조망할수 있다. 3층은 외부옥상이다.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가 보인다. 대장처럼 보이는 수컷뒤를 암컷들이 졸졸 뒤따르고 있다. 갑자기 한마리 난봉꾼이 난리를 피우자 우리가 시끌벅적해진다. 암컷들은 난봉꾼을 피해 숨고 다른 수컷이 난봉꾼을 제압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사정이 벌어졌던것 같다.

 

100버스를 타고 가다가 세계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에 잠깐 내렸다가 다시 100번을 타고 운터덴린덴Unter den Linden을 들렀다가 숙소로 갔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기차를 기다리는데 거지가 와서 옆 독일사람들에게 잡지를 팔았다. 아무도 안샀는데 어떤 사관생도처럼 보이는 아이가 샀다. 기차가 와서 자리를 잡는데 짜증나게 6인 1실칸이다. 도대체 왜 이런 구조의 열차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빈방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거의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잠시후 중년여자 두명이 더 들어와서 칸이 거의 꽉찼다. 젠장.

 

1444 베를린 - 1653 드레스덴. 책을 보다가 졸다가 하면서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넣어두고 중앙역으로 나와 핫도그킹에서 핫도그를 먹고 구시가지로 나갔다.

동독지역라 그런지 동유럽느낌이 많이 난다. 중앙역에서 시내로 가는길에 상가들이 깔려있어서 가기 쉽다. 프라우엔교회Frauenkirche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보고 왕궁으로 계속 걸어갔다. 100M짜리 벽화를 보고 왕궁을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진짜 왕궁이 뒷편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규모나 외관으로 봐서는 어느 레지던츠에 비해도 꿀리지 않는 궁전이었다. 쯔빙거왕조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해가 질수록 아름다움이 더해갔다. 포화로 검게 그을리고 파괴된 가운데에서도 궁전의 아름다움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때문에 드레스덴을 다시 와야될까 고민하게 되었다. 궁전을 나오니 젬퍼오퍼Semper Oper가 기다리고 있다. 공연을 보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다음달에 있을 드레스덴필하모니로 달래야겠다. 대성당Dom은 거의 모든것이 불타 검게 그을렸다. 불타고 있는 건물과 석상들을 보면서 시민들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당연한 이치지만 강변을 따라 주요 건물들이 조성되어 있다. 순수미술관Academy of Fine Arts에 도착하니 마지막 남은 태양의 조각이 지평선 뒤로 넘어가고 있다. 공원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가 환해져서 돌아봤더니 해를 가리던 구름이 잠깐 비키면서 눈부시게 해가 비추는것이었다. 파란 하늘에 붉은 선이 깔렸다. 갑자기 울고 싶다. 신시나고그Neue Synagogue에서 다리를 건너 카롤라플라츠Carolaplatz에 도착했다. 집에 갈 교통편을 찾아보고 표를 끊었다. 이윽고 해가 거의 지자 다시 다리를 건너면서 사진을 찍었다. 고전건물들이 엘베강Elbe을 알록달록 수놓았다. 드레스덴은 너무 저평가된 도시였다.

3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도착해서 66버스를 타고 숙소앞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고 또 외진데로 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찾았다. 여행의 기술이 향상된것 같다. 씻고 나왔는데 문 밖에 누가 있다. 열어줬더니 서양여자2과 동양남자1이 서있다. 여자가 이방 여자전용이냐고 물어 아닌것같다고, 여기 섬가이를 봤다고 했더니, 동양남자가 뜻을 알수없는 말투로 썸가이~ 하고 따라한다. 내 말이 잘못된건지 공용이라는게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동양인들의 그 따라하는 말투는 기분나쁘다. 여자가 나가더니 잠시후 다시 찾아와서 문을 또 열어줬다. 나보고 어떻게 들어왔냔다. 내 키는 잘열리니까 그렇지. 니 키는 멍청한 너처럼 잘 안되나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