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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50905 독일 함부르크

네다 2016. 3.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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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5 비-흐림
독일 함부르크 

말뫼에서 3버스를 타서 22크로나를 내려고 했더니 돈은 안받고 카드만 받는단다. 카드가 없다고 하니 다음에 탈때 카드를 만들란다. 짐을 들고 기차역 가는 외국인이 다음이란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하고 냉큼 탔다. 도시를 뺑 돌아가는지 어제 못보았던 온갖것들을 다 보았다. 터닝토르소는 가까이에서 보니 좀 구성이 불편해보였다. 위로갈수록 마름모가 되는데 그러면 사무실 배치는 어떻게 할것인가. 나는 아직 너무 구식이라 직사각형 딱딱한 건물이 좋다. 갑자기 폭우가 시작되었다. 버스안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건 좋았지만 공부를 안하면 비올때 비맞으며 일하고 눈올때 눈맞으며 일한다는 박명수명언의 응용이 생각나서 우울했다. 


어제 잠자리에서 계속 잠은 안오고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9시에 누워서 1시 넘어서쯤 겨우 잠든것 같으니 말다했다. 귀국심사장에서 왜 곧 출국을 앞두고 또 어딜갔다 오냐고 물으면 어떻게 하지. 연구차 방문했다고 답하면 연구결과 보여달라고 하면 어쩌지. 휴가차 방문했다고 그러면 무슨 휴가를 이렇게 길게 가냐고 코번트리에 전화하면 어쩌지. 숙소는 어디로 적지. 


꿈에서는 끔찍한 괴물이 나왔다. 내가 무슨 구덩이 위에 매달려 있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가 연예인인데 모르겠냐고 한다. 내가 본것 같기도 하다고 했더니 갑자기 입을 벌리는데 목젖에서 막대기 같은것이 튀어나오면서 피스톤질을 하는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안으려고 하는데 내가 발버둥쳤다. 그러고도 또 다시 잠들어서 남자를 소개 받는데 이 사람도 입을 벌렸더니 목에서 막대기 같은게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발버둥 치면서 한편으로는 이제 나이가 많으니 소개를 받아도 이런 사람들밖에 안나오는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기차가 20분 간격으로 있는데 0853을 안타고 0833을 타서 걸리면 내리라고 할까봐 불안불안해 했다. 왜 이렇게 불안한 짓만 하지. 다행히 승무원이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코펜하겐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시각은 정해져 있으니 여기 빨리 도착한다고 될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찍 도착한김에 샌드위치와 요거트를 먹었다. 샌드위치를 사려고 한 0815쯤 슈퍼에 갔는데 웬 중국인이 점원한테 무슨 버스표인지를 물어보느라고 또 시간을 끌고 있는것이었다. 아씨 정말. 부랴부랴 계산을 하고 다행히 20분에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코펜하겐에서 열차를 갈아탔는데 다 예약석이라서 겨우겨우 문가에 한자리 잡았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는 덴마크 시골마을에서 내렸다. 기차가 페리로 옮겨탈때 건너편에 있던 이탈리아커플이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내가 내려야 한다고 말하자 안내리면 안되냐고 묻길래 mandatory라고 했다. 내려서 바다 보는게 좋을텐데.


흑인들이 유전적으로 열등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변인들을 불쾌하게 만들기는 한다. 배에서 과자를 먹는데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백인들은 주워담아 따로 버리는데 흑인들은 그걸 밟아서 가루로 만들어놓는다. 치우는 사람 생각은 안하는 건가. 


함부르크역에 내렸는데 갑자기 또 숙소로 가는 길을 까먹었다. 스크린샷 저장도 안했다. 왜 내가 당연히 찾을수 있을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입구를 한번 나갔는데 거기가 아니어서 다시 역으로 들어와서 반대편 입구로 나갔더니 짐블록이 보였다. 아하 왜 기차역 남쪽이라고 생각했지. 나니까 그랬지 당연히. 다행히 늦은시각에 도착해서 그런지 바로 체크인이 되었다. 


지도에 나온 워킹투어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시청이 아니라 칠레하우스부터 시작해서 항구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지난번에 지하철타고 뮤지엄만 다녀서 지리를 잘 몰랐던건가. 기차역이 동쪽이고 서쪽으로 시내가 남쪽으로 엘베강이 흐르는 것이었다. 지도를 따라가다보니 작년에 봤던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가다가 무지카라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뭐지모를 생선요리를 먹었다. 광어? 고등어 혹은 갈치같은 생선을 구워서 페스토오일을 발라냈는데 처음에는 이상한 노린내도 나는것 같고 비린내도 나는것 같았는데 먹다보니 괜찮아졌다. 같이 준 샐러드도 맛있고 빵도 괜찮았다. 콜라도 양이 엄청 많아서 마지막에 다 먹고 나니 엄청 배불렀다. 하루한끼는 건강하게 고기 닭 생선을 먹자하고 먹은 것이었는데 빵과 콜라까지 먹었으니 그게그거일것 같다.


엘베필하모닉은 처음보는것 같았지만 그 인근 건물들은 봤던것도 같다. 강을 따라 걷다보니 란둥스브뤼케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온김에 장크트파울리를 보고 일몰을 보고 들어가면 딱 맞을것같다. 그래서 장크트파울리까지 걸어가는데 오른발이 너무 아파왔다. 어제 붕대 감을때 너무 세게 감아서 근육이 비틀어졌나 보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가며 잘한다. 장크트파울리에 올라가서 홍등가도 보고 리퍼반까지 올라갔다. 작년과 그대로 똑같다. 괜히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척 걷다가 그게 더 이상하다겠다는걸 깨달았다. 그냥 조용히 다른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다녀야겠다. 리퍼반에서 11에스반을 타려고 매표기 앞에 서는데 어떤 거지같은 사람이 뭐라뭐라 한다. 거지인줄 알고 개무시하고 내 표를 사려고 하는데 뒤에 오는 아줌마가 표사는걸 도와주는걸로 봐서 표사려던 사람이었나보다. 

 

란둥스브뤼케에서 3우반으로 갈아타고 바움발에서 내려서 발자크커피에 들어갈까하고 가봤더니 앉을자리가 없다. 지하철역 건너편 하펜카페에 들어가서 라떼마키아토를 시켰는데 커피를 안주었다. 커피한잔 만드는데 수지가 안맞아서 팔고싶지 않은건지 무시하는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