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이세돌 대 알파고

네다 2016. 3. 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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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창조란 무에서 유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티끌에서 태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천재는 천년 산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창조성이 부족한 것은 주입식 교육에만 치중해서가 아니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물론 +알파를 해야지 창조성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무서운 것은 첫대국에서 알파고가 백이수로 냈던 실수가 계산된 것이었는지 정말 실수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말 실수였다면 더 무서울 것 같다.


2. 

영화 '아이, 로봇'에서 주인공 로봇 써니는 그림을 그린다. 창작을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창작한 미술 음악 등 모든 종류의 예술을 입력 저장할 수 있는 컴퓨터, 로봇이 만들어져서 예술을 창작하라고 지시하면 분명 예술사상 절대 최고의 작품이 나올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인간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바둑, 골프, 수영과 같은 스포츠는 승패가 명확하지만, 인간은 같잖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예술성은 인간의 전유물로 남겨두고 싶어할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 어떤 기준으로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를 계속 진화시킨다면 반드시 주입시켜야 하는 패러다임이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며, 인류의 지시는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원칙이다'일 것이다. 로봇 애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 

경제불황 내수침체 인구고령화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닥친 문제이다. 인공지능 우주개발 수명연장은 인류 역사의 차원이 바뀌는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어디에 서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4. 

특목고, 자사고 무슨고 무슨고 해도 최고는 알파고.


5. 

누군가는 이세돌이 이제 그만 게임을 그만둬야 한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애초에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다. 이 경기로 인간의 자부심이 산산조각 난 것을 한탄하고, 누군가는 왜 이런 쓸데 없는 짓을 해서 인류를 절망하게 하느냐고 화를 낸다. 이제는 인간이 컴퓨터를 시험하는 시대를 지나 인간이 컴퓨터에 도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부분은 그저 또 하나의 흥미거리로 구경하거나, 그 밖의 몇몇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이세돌은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이 경기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5대 0으로 패하더라도 마지막 매치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인간은 계속 컴퓨터와 대결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와우, 피파온라인은 물론 음악 콩쿠르, 미술제에서도 대결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완전히 지더라도 계속 대결해야 한다.


인간은 어차피 기계에 계속 져왔다. 이앙기에, 컨베이어벨트에, 주차티켓시스템에, ATM기에 계속 져왔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에 대한 승리의 역사에서 기계에 대한 패배의 역사로 변화해 왔다. 아직까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도 우월하거나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한마디로 아집일 뿐이다. 이는 유대민족이나 일본인들이 갖고있는 이상하고 역겨운 선민의식의 확대판일 뿐이다.


인간은 애초부터 강하거나 우월하지 않았다. 영리할 수는 있다. 엄밀히 말하면 먹이사슬의 최고점에 있지도 않았고, 생명력으로 따지자면 바퀴벌레나 개미보다 못하다. 발생부터 여태 생존한 것까지 우연의 연속이고 신의 선물이었다.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대단히 바뀐 것은 없다. 바다는 여전히 깊고 검고, 우주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인간은 여전히 모기때문에 죽는다. 인류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여전히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기계를 만든 것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더 크고 빠른 컴퓨터를 만들면 더 빨리 완벽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기계를 사용하면 인간의 삶은 덜 번거로울 것이고 더 안전해질 것이다. 인간은 기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인간이 완벽해지고 더 똑똑해지고자 했다면 생명공학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유전자를 개량하기 위하여 집단이나 조직에서 교배를 담당하고 재생산은 엄격하게 통제했을 것이다. 


인간의 강점은 예측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손도 실패했고, 공산주의도 실패했고, 경제학 사회학 이론은 항상 결국  오류로 점철됐다. 경제정책이나 다른 정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인간이 그 놈의 합리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절대 망하지 않는 것도 망할 놈의 인간이 매우 충동적이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바보같은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을 예측한다는 것은 교만일 뿐이고, 아마 신도 인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강하다. 끈질기게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쉽게 멸망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생각컨대 자연도 절대 예측이 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둘은 통하는 것이 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없어질 필요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을 것 같다. 기계한테 매일 지고 매일 밀려나고 매일 도움받는 날이 올 수 있겠지만, 인간은 기계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슈퍼컴퓨터를 창조했다고 해서 인간이 신이 된 것도 아니다. 세상이 이미 슈퍼컴퓨터로 가득차 있었다면 이세돌 대 알파고의 경기 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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