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혼자가 되는 책들

네다 2016. 8. 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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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책들

최원호

북노마드


24

깊은 페달링을 통해 긴 꼬리를 남긴 소리들이 유성우처럼 서로 겹쳐 퍼지는 모습은 듣는 이를 밤 또는 꿈속의 어딘가로 이끈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진 은둔자 아파나시에프가 아니고서는 펼칠 수 없는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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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기 삶의 일부를 떼어 만든 작품은, 그 떼어진 삶이 가지고 있던 인식 및 감정의 파장을 품고 있다. 이 파장은 감상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달된다. 이때 작품의 파장이 관람하는 이의 삶이 갖고 있는 다양한 파장 중의 일부와 비슷한 형태를 그리면, 관람하는 이의 내면은 공명 현상을 일으키면서 크게 출렁이는 것이다. 출렁인다. 예상치 못했떤 체험 또는 인식을 향해 자기도 모르게 떠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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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살아라'들은 현 체제의 뻔뻔한 표면에 일말의 틈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체제의 힘을 공고히 할 뿐이다. 이런 '살아라'는 자신 외에는 구원을 찾을 길 없는 무자비한 각개전투를 향해 나아가라고 요구하는 출격 명령이다. 패전의 역사를 기억 속에 품은 채 고도자본주의의 경제 전쟁을 수행하는 세대가 구사하는 유사 전시 동원 명령인 셈이다. 세상은 바꿀 수 없으니 네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라고 말이다. 이것은 자연의 강령이 아니다. 가짜다. 이 가짜 강령은 '패전을 겪은 이후 민중 혁명을 포기하고 경제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면전에 투입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일본의 중산층'이 자신의 내면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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