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한국인, 한국, 신정부

네다 2017. 5. 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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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대 대선 기념으로 이태원초등학교 수영장에 갔다. 탈의실에서 두 여자아이가 재잘대고 있었는데 한명이 흑인(중립적 의미로 피부색에 따른 인종을 말한다)이었다. 물론 한국어로 재잘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께서 흑인 여자애에게 "월 유 본 히얼 Were you born here?"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 친구는 알아듣지 못했다. 할머니가 다시 '한국에서 태어났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필리핀, 아버지는 가나에서 왔고 한다. 아마 부모가 한국으로 이민온 것 같았다. 어머니 덕분에 필리핀어(타갈로그?)는 조금 할 줄 알지만, 영어는 힘들단다.


이 시점에서 나는 수차례 놀랐다. 일단은 당연히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을 현실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테레비에만 나오는 유니콘인줄 알았더니.


그러나 이 놀라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나에게 더 흥미있었던 것은 친구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ㅋㅋㅋ 이것은 일종의 동병상련이 더해진 편견의 파괴 과정이랄까,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마지막 놀라움에는 비기지 못했다. 그것은 할머니가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신다는 것이었다. 호호 백발 할머니가 영어를 잘 하신다ㅠㅠ 물론 많은 할아버지들이 불편없이 영어를 구사하시지만, 이 분의 영어는 원어민에 가까운, 외국인으로 오해할만한 영어였다.


한국인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다. 아니, 기준이라기보다는 전형典型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는 좋거나 나쁜 혹은, 개선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100년 이상 외국과의 교류로부터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른 피부, 다른 눈, 다른 체형의 한국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영어에 버벅대고, 밥심으로 산다. 그들이 한국인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래에 우리는 어쩌면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국적을 줄것인지 말것인지 논쟁할 수도 있다. SF소설을 보면 미래에는 이미 국가개념을 상실하고 세계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그려진다. 우리의 국적은 이미 희석되고 아마도 종말의 단계로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2. 

5년장이 또 왔다 갔다. 아 이번엔 좀 사고가 있어서 4.3년장 정도일까.

우리는 국가에 충성하도록 배워왔는데, 5년주기로 교체되는 이 정부는 우리에게 충성의 대상인가 감시의 대상인가.

우리는 우리 수명의 약 16 내지 20분의 1에 해당하는 이 정부를 잘 다뤄서 우리 후손에게 잘 물려주는 것이 목표인가, 나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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