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스포일러] <덩케르크Dunkirk>

네다 2017. 7.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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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Dunkirk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출연 마크 라일런스, 해리 스타일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배리 키건, 잭 로우든

독일놈들이 해협을 건너면 우리는 집도 잃어.

수고했어. 잘했어.
저희는 겨우 목숨만 부지해서 돌아왔는걸요.

그거면 충분하지.

그는 우리 얼굴을 보지도 않았어.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고향

네 친구, 괜찮겠지?
...네

너랑 너희 아버지를 따라온 게 제일 잘한 일 같아. 잘하면 지역신문에 이름도 나겠지.
제독님은 안가십니까?
난 여기 남아서 그들을 돕겠네. 프랑스인.


1
부두에서 1주일. 바다에서 1일. 공중에서 1시간. 내쇼날지오그래픽으로 찍은 덩케르크 철수작전. 혹은 덩케르크 - 인터스텔라 버전.전쟁 중인데 풍경이 아름답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왜 그렇게 많은 말을 했나 싶다.

 

2

세상사람들이 영국인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적어도 애정하는 것 같다. Adore. 영국인들이 씹덕포인트들이 많긴 하다.츤데레처럼 힘들면 프랑스를 버리려고 하다가도 정신 차리고 다시 도우러 간다느니. 자책할까봐 친구를 사고로 죽인 사람에게 친구가 괜찮다고 거짓말한다거나. 전쟁에서 갓 돌아왔는데 주는 게 컵오브티랑 잼 바른 빵이라니.

 

이 영화는 세계의 할아버지 영국에 대한 감사의 편지이다. 혹은 브렉시트를 응원하고 이제 다시 자신과 친하게 지내보자는 미국의 독려이거나.

 

3

웅장함으로 대변되던 짐머만의 음악은 덩케르크에서 숨소리에 가까워진다. 토미가 방어선 안으로 들어와 덩케르크 해안으로 달릴때 나오는 동일한 박자의 배경음은 관객들의 호흡이다. 

 

공중전이 펼쳐질 때의 귀를 찢는 바이올린 단일 선율은 손에 땀을 쥔 관객들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와 일치한다. 풀릴듯 풀릴듯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영국군의 판세를 지휘해 나가는 듯한 오케스트라 선율은 참을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고조되는 긴장과 보이지 않는 전개. 관객들을 안달나게 하는 것은 최소의 대사와 여백의 풍경, 무한의 음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좋아하는 시공간의 분할과 재구성은 이번에도 톡톡히 드러난다. 관객들에게는 그러한 재구성이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지만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수 있는 전쟁영화를 좀 더 미니시리즈화 해서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여줬다. 결국 부두에서 기다리던 일주일과 바다에서 달려가던 하루와 공중에서 전개되던 한시간은 끝에 가서 만난다. 일주일과 한시간을 연결하는 것은 하루이다. 파리어대위는 도슨의 배 위를 날아가고 토미는 도슨의 배에 구조된다.

4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인공 같은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세 시간대의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퇴각병, 도슨아저씨, 파리어대위인 것이다. 이 영화는 라이언일병구하기처럼 어떤 위대한 군인이 죽음의 전장을 뚫고 수십만명의 병사를 구출해 냈다는 영웅담이 아니다. 오히려 밴드오브브라더스처럼 그냥 전장에서 이런일도 있었다는 구전설화로 보는게 적당하다. 조지가 어이없이 총칼이 아닌, 자신이 구해주고 차도 타준 군인과의 다툼때문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도. 깁슨의 신분을 훔친 프랑스 군인이 구출되기 직전에 수장되어 죽은 것도. 모든 것이 인간이 손댈 수 없는 전쟁의 불행이다. 전장의 긴장감, 회의감, 허탈함, 무기력함, 불가역성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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