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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는 칼
이중세
마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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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이야기에요.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 살해당했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당신은 살인자를 만나게 되지요. 그는 이미 신께 회개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지요. 어때요? 그를 용서할 수 있겠어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아히도벨은 미갈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 질문에 설령 독한 의도가 담겼다 해도, 그는 요령을 부려 대답을 피하고 싶진 않았다.
"살인자가 신의 용서를 받았나요?"
"글쎄, 그렇다고 해두죠."
"신의 용서를 받은 자를 내가 용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로군요." 아히도벨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신과 살인자 사이에 어떤 결론이 났는지는 관심 없습니다. 저와 살인자는 청산할 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자에 대한 여호와의 용서각 살인자와 당신의 화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거에요?"
"전혀요."
"당신과 살인자는 같은 신 여호와를 믿잖아요. 그런데도 신의 결정이 당신 결정을 흔들지 못한다?"
"까다로운 문제로군요. 신의 용서가 제 용서에 영향을 미칠까요... 음 어쩌면..." 아히도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를 용서할 것도 같군요. 이건 신의 용서와는 별개입니다. 신의 용서와 관계없이 저는 그를 용서할지도 모르지만, 신께 용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제 용서를 받을 순 없습니다. 그래요, 용서하겠지요. 내가 평안해지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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