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린의 전쟁같은 휴가Billy Lynn's Long Halftime Walk
벤 파운틴Ben Fountain / 민승남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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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늘 겁에 질려 있고 그런 삶을 너무도 수치스러워한다. 걱정과 두려움 가득한 길고 어두운 밤들과 루머와 의심으로 얼룩진 낮들이 이어진 지난 수년은 표류의세월, 서서히 굳어가는 불안의 세월이었다.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읽고 TV를 보면 미국이 나아갈 길은 너무도 분명하다. 전쟁이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입에서는 제2의 천성이 되어버린 주문이 정신적 틱처럼 튀어나온다. 아니, 왜... 병력을 더 보내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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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이 기사에서 몇 가지 사항을 발견하는데 그중 첫번째는 어보트의 이름이 잘못 실린 것이다.이후 브라보 대원들은 영원히 그를 '브랜던'이라고 부르게 된다. 보조교사처럼 쓸데없이 엄격하게 발음하면서.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작전에서는 '브랜던'이 50구경을 맡는다. 크랙이 문을 돌파하면 '브랜던'이 제일 먼저 들거아. '브랜던'이 새 샤워실의 배선을 건드려 감전되는 바람에 산똥을 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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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이 지루하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야. 풋볼은 위대해. 다른 스포츠를 모조리 엿먹인다고. 풋볼은 스포츠계의 지존이야. 뭔 소리가 하고 싶은데? 축구가 좋다고? 호모들이 짧은 반바지랑 무릎양말 차림으로 우르르 뛰어다니는 거? 축구는 구십분을 뛰고도 득점이 안날 때도 있어. 염병, 재미도 있겠다. 식물인간을 위한 스포츠가! 그래. 좋아. 맹고. 축구를 보고싶으면 메히코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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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나? 난 탐욕이 선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달라. 하지만 탐욕은 분명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지. 자기이익은 인간사에서 강력한 자극제이고. 내가 보기엔 바로 거기에 자본주의 체제의 아름다움이 있다네. 인간의 선천적 결함에서 미덕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러니 자네는 자네 부모보다 잘살 거고 자네 자식은 자네보다 잘살 거고 자네 손자는 자네 자식보다 잘살 걸세. 우리 체제 덕에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더 쉽고 더 나은 방법이 계속 발견될 테고. 우리는 꿈도 꾸지 못했던 많은 일이 이루어질 테니까."
318
더 심하게 표현하면 슈룸의 죽음은 빌리를 파괴해버렸다.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슈룸이 죽었을 때일까요? 아니. 그의 영혼이 나를 통과했을 때? 바로 그 순간 나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그런 사랑을 느끼지 못할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가족에게 최고의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걸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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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이 두구 둥 두구 둥 두구 두구 두구 둥 박자에 맞춰 에이트 투 파이브 스텝으로 움직이고, 스네어드럼은 군인이 된 걸 존나 자랑스럽게 만들어준다. 장난 아니네, 빌리는 깨닫는다.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하프타임을 연출했다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쓰고 너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비싼 것들이 엉터리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타이타닉 호도 엉터리, 엔론도 엉터리,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도 엉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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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그 개자식들이 하는 거라곤 거짓말 뿐이야. 그 자식들이 진실을 반이라도 말해줬다면 우리가 이 빌어먹을 전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너 같은 군인들에게 우릴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할 자격이 없어.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일삼도록 그냥 놔두는 나라는 단 한 명의 군인에게도 그러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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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 주동안 그는 전쟁을 통해 배운 모든 것 때문에 자신이 대단히 똑똑하고 우월하고 생각해왔지만 그렇지 않다. 칼자루는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이들이 쥐고 있다. 이들이 후방에서 품고 있는 꿈이 지배적인 힘을 이룬다. 그의 현실은 그들의 현실의 불쾌한 부분이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그가 아는 모든 것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왔고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 그건 뭔가 끔찎하고 어쩌면 치명적인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배워야 하는 걸 배우고 해야 하는 일은 한다면, 당신은 당신을 전쟁터로 보낸 모두와 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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