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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마스다 미리 / 박정임
이봄
78
독립한지 이래저래 20년이 된다. 가끔은 본가에 머물기도 했지만, 아버지와 엄마의 하루하루는, 내가 알고 있던 시절과는 다른 세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정년퇴직하신 아버지가 낮에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엄마, 두 분이서만 식사를 하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매일 아침 라디오체조를 하고 있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에 우리는 교자를 폰즈 소스에 찍어 먹어."
저녁식사 때 엄마의 말을 듣고,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던 적도 있다. 이미 '우리'에 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어렸을 적 늘 생각했었다. 가족도 그대로, 나도 그대로, 영원히 이대로 변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지금도 고향의 부모님을 보며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만화 시리즈 <사자에 씨>네 집이 부러워지는, 그런 일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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