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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마인드Original Minds

네다 2018. 7. 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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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마인드Original Minds

엘리너 와크텔Elenor Wachtel /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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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밀러

동물학자가 아니라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신경계에 대한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도 커졌는데,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신경계 - 인간의 신경계 - 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가 되면 다른 사람이 하면 무례하게 느껴질 질문 - 총리가 누구냐든가 오늘이 며칠이냐 - 을 할 자격이 생기죠. 의사가 아닌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면 무례하고 건방져 보입니다. 특히 하루에 오줌을 몇 번 누는지, 오줌을 눌 때 힘든 점이 있는지, 그런 흥미로운 질문은 더욱 그렇지요. 방금 바지에 똥 싼거 아세요? 같은 말은 절대 할 수 없지요.

의학 공부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접근법이 조금 다른 동물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 대상이 여러 가지를 말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학보다 더 재미있었지요. 미국 철학자 톰 나젤이 말한 것처럼, 박쥐로 산다는 것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겠지만, 박쥐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캐물어도 소용 없죠. 반면에 인간으로 살면 많은 부분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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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밀러

항상 회한이 있습니다. 제가 신경계의 근본적인 무언가를 발견할 일은 절대 없을 테고, 그래서 슬픕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신경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봄으로써 신경계에 대한 비과학적인 사실을 많이 발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불편하지만 참을만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저는 불편함에 제 자신을 헌신했고, 그것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지요.


112

제인 구달

세우러이 흐르면서 서서히 드러난 또 하나의 사실은 초기의 경험이, 특히 어머니의 모성 행동 유형이 아이의 행동과 품성을 결정하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지하고, 보호하고, 애정을 듬뿍 주고, 장난기 많은 어미를 둔 아기 침팬지는 자라서 자기주장이 강한 성체가 되었습니다. 그런 침팬지들은 번식도 잘하고 다른 침팬지들과 관계도 좋았지요. 반면에 가혹하고 새끼를 별로 감싸주지 않는 어미 밑에서 자란 침팬지는 다른 개체와 늘 긴장되고 초조한 고나계를 맺고 번식 성공률도 낮습니다. 우리가 현재 아이들을 키우는 - 혹은 키우지 않는 - 방식에 이것을 대입해 보면 일부 10대가 겪고 있는 크나 큰 문제들도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113

제인 구달

아기 침팬지들의 행동에 놀랐습니다. 왕개미가 플린트의 뺨을 물었을 때가 생각나는데, 저는 플린트가 왜 낑낑거리며 아파하는지 바로 알았지요. 하지만 플로는 그것도 모르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습니다. 꼭 끌어안아 주고, 안아서 흔들어주고, 뽀뽀도 해주었지만 왠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참 이상했지요. 포획 침팬지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문제를 침팬지는 풀지 못하는거죠. 연구자들은 초조해 하면서 침팬지가 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생각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몇 분만 침팬지의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제가 가만히 앉아서 피피의 눈을 들여다보면 생각하는 존재가 저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칠까요?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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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스타이너

그 책에서 저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같은 글을 한 문단만 쓸 수 있었다면 절대 그에 대한 비평을 쓰고 있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스타이너에 대해서 쓸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스타이너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서 써야 합니다.


173

조지 스타이너

1940년대 후반에 W.H.오든이 쓴 편지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먹고 살다가 영국으로 돌아왔지요. 오든은 이렇게 씁니다. "이런 세상에, 나는 내 작품이 세미나에서 연구되기를 바라면서 최근 시들을 썼음을 깨닫기 시작했다네, 세상에나." 뛰어난 시인이었던 오든은 대학원 세미나에서 존경 받고 싶었음을, 자기 시에 대한 논문이 나오기를 노리고 있었음을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당황스러움이, 엄청난 당황스러움이 덮쳐 오죠. 셰익스피어에게는 우리가 필요 없습니다. 셰익스피어는 구실이 아닙니다. 그 어떤 시도 구실은 아닙니다. 문학을 분석과 설명의 구실, 그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독백의 구실로 여기는 것은 정신이 나가서 본말을 전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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