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아서 클라크Arthure C. Clarke / 김승욱
황금가지
24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등 뒤에는 서른 명의 유령들이 서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이 바로 30대 1이기 때문이다. 태초부터 약 1000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누볐다.
이 숫자가 재미있다. 무슨 우연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 즉 은하수에 존재하는 별의 숫자도 약 1000억 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구 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각각 이 우주 안에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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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혁명적으로 발전한 훈련 기술과 정보 처리 기술 덕분에 그는 이미 대학을 두세 번 다닌 사람과 맞먹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 중 90퍼센트를 기억하고 있었다.
50년 전이었다면 그는 응용천문학, 인공두뇌학, 우주 추진 시스템의 전문가가 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가 결코 전문가가 아니라며 진심으로 화내곤 했다. 보먼은 어느 한 주제에만 관심을 집중하지 못했다. 교수들이 우울한 경고를 했음에도 그는 일반 우주 비행학의 석사 학위를 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 학문은 IQ가 130대 전반이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결코 오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강의 계획서의 내용도 애매모호했다.
그러나 그의 결정은 옳았다. 전문가가 되는 것을 거부한 덕분에 그는 지금과 같은 임무를 맡을 수 있는 독특한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226
그때 마치 그의 애원에 대답하는 것처럼 풀이 손을 흔들었다.
한순건 보먼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가 막 외치려 했던 말은 갑자기 바싹 말라 버린 입술에서 그냥 사라져 버렸다. 저 친구가 도저히 살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풀이 손을 흔들었다는 것은...
냉철한 논리가 감정을 밀어내는 순간 희망과 공포가 경련처럼 순식간에 보먼을 스치고 지나갔다. 풀이 손을 흔든 것처럼 보인 것은 계속 속도를 올리고 있는 우주 캡슐이 뒤에 매달고 있는 짐 덩어리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두드려 댔다.
프랭크 풀은 토성에 도착한 최초의 인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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