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Little Fires Everywhere

네다 2021. 1. 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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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는 어디에나Little Fires Everywhere

실레스트 잉Celeste Ng / 이미영

나무철학

 

54

리처드슨가의 아이들도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펄과 무디가 부엌에 앉아 있을 때면 훤칠한 키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트립이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와 아일랜드 식탁에 편안히 기대서서 주스를 따랐다. 렉시는 우아하지 않게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틀러 올려 묶은 채 조리대 앞에 앉아 베이글에서 참깨를 떼어냈다. 그들은 펄이 자기들의 그런 모습을 보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꾸미지 않아도, 심지어 잠자리에서 나온 직후에도 아름다웠다. 그런 편안함을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잠옷을 입고서도 어쩌면 그렇게 편안하고 자신만만할 수 있는걸까? 렉시는 메뉴를 보고 주문할 때 절대로 "...되나요?"라고 말하지 않고 "...로 주세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말만 하면 그렇게 된다는 듯이. 이런 못브은 펄에게 혼란스러우면서도 매혹적으로 비쳤다.

...쿠션을 댄 긴 터키식 의자인 오토만과 액자에 끼운 사진들, 기념품으로 가득한 장식용 선반도 있었다. 기념품의 바로 그 시시하다는 점이 불안을 없애준다. 머물러 살 작정이 아니라면 키웨스트섬에서 조각된 조개껍대기나 CN 타워의 축소 모형이나 마서즈 빈야드의 모래가 든 손가락 크기만 한 병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236

평생을 두고 엘리나는 그처럼 불같은 열정이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열정은 통제에서 쉽게 벗어나버렸다. 벽을 타고 올라가 참호를 뛰어넘었다. 불꽃은 벼룩처럼 뛰어올라 빠르게 번져나갔다. 산들바람에도 불씨는 수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었다. 올림픽 성화처럼 그 불꽃을 통제하여 조심스럽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건네주는 편이 나았다. 혹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처럼 신중하게 불꽃을 돌보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빛과 선은 절대 아무것도 불타오르게 하지 않는다는 - 절대 그럴 수 없다는 - 것을 상기시키도록. 조심스럽게 통제되고, 길들여지고, 갇힌 상태에서도 행복하게. 핵심은 큰불을 피하는 것이라고 엘리나는 생각했다.

이 철학은 평생 엘리나와 함께했으며 엘리나는 늘 이 철학이 자신에게 상당히 유익하다고 느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몇 가지 일들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엘리나는 아름다운 집과 안정된 직장, 다정한 남편과 건강하고 행복한 자식들을 가졌다. 분명 맞바꿀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규칙이 존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규칙을 따르면 성공하고, 따르지 않으면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여기에 미아가 있었다. 아직 충분히 다 마치지 못했다는 듯, 자신이 어머니의 표본이라도 되는 것 마냥 불쌍한 린다에게 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힌 미아가. 미아는 아버지 없는 아이를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며 하찮은 일을 해서 근근히 먹고 살았다. 자신에게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주장하며 그런 삶을 정당화했다. 더러운 손을 한 채 다른 사람들의 일이나 캐묻고 분란을 일으키고 경솔하게 불꽃을 튀겼다. 리처드슨 부인의 속이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분노의 알갱이가 천천히 쌓여 폭발했다. 리처드슨 부인은 생각했다. 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했어. 그래서 어떤 결과가 생겼지? 부인의 오랜 친구가 비통함에 빠졌다. 모든 사람이 혼돈에 빠졌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부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다들 가만있는데 왜 미아가 나서야 했을까? 

 

436

"들불이 일어난 뒤처럼. 몇년 전 네브라스카에 있었을 때 들불을 봤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여. 땅이 전부 타서 까매지고 초록빛을 가진 모든 것은 사라지지. 하지만 그 뒤 토양은 더욱 비옥해져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날 수 있게 돼."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다시 시작해. 길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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