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네다 2021. 8. 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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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Tous les hommes n'habitent pas le monde de las meme facon

장 폴 뒤부아Jean Paul Dubois  / 이세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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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보는 데서 변기에 앉아 급히 볼일을 보다니, 굴욕감에 피폐해진다. 이렇게 살라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이 세계의 폭력과 야만성을 점점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변의가 치밀어오를때마다 나는 변기로 달려가면서 패트릭에게 양해를 구한다. "어이 얌전 빼지 마. 다 그러는 거야. 병에 걸린 걸 어떡해. 그러니까 복잡하게 살지 마. 마음 편히 다 비워내. 마음대로 하고 난 신경 쓰지 마. 내 말 잘 들어둬, 난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 냄새도 못 맡아."

때때로 호턴의 짐승 같은 야수성에서 고결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판사와 간수보다, 평생을 가르치는 일로 보냈으나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교수 아버지보다 그가 더 나은 데가 있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순간에, 도무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닐 때, 호턴은 섬광처럼 번쩍하고 인간미를 드러낸다.